‘몸싸움·욕설’ 국회, ‘총선 민심’ 흔들까
‘몸싸움·욕설’ 국회, ‘총선 민심’ 흔들까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9.04.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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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아수라장

최악의 아수라장이었다. 볼썽 사나운 한국 정치의 민낯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들이었다.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여야 4당이 당초 합의한 D데이인 25일을 넘기면서 새로운 대결 정국에 돌입했다. ‘패스트트랙 열차'를 출발시켜려는 여야 4당과 '육탄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이 국회 곳곳에서 ’철야 대치‘를 이어가며 거세게 충돌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모습이 차기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국회의 평행선 모습을 살펴봤다.

 

사진안은 YTN뉴스 갈무리
사진안은 YTN뉴스 갈무리

국회 곳곳에 몸싸움과 고성, 욕설이 난무했다.

여야 4당은 선거제와 개혁법안들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사활을 걸었지만 한국당의 강력한 저지에 막혀 일단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여야 4당의 주도 하에 25일 저녁 패스트트랙 문제 논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정개특위는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사개특위는 본청 220호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려 했으나 한국당의 '육탄저지'로 개의에 실패했다.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회의실 앞을 틀어막고 여야 4당의 특위 위원들의 진입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설전을 벌이며 물리적 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불법 폭력·회의 방해' 프레임으로 한국당을 비판했고, 한국당 쪽은 '헌법 수호', '독재 타도' 등의 구호로 맞섰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는 진입을 시도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몇 차례 밀고 당기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까지 총출동해 막말과 고성으로 서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을 거듭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도 이에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헌법파괴 폭력점거 한국당은 물러가라"고 맞받았다.

양측의 충돌 속에 민주당 의원들은 사개특위 회의를 개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사개특위 의원들은 26일 오전 2시 40분께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이 비어있는 점을 노려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6명만 참석해 패스트트랙 의결정족수(11명·재적 위원 18명 중 5분의 3 이상)를 충족하지 못해 회의는 개의 40여분 만에 정회했다.

상황을 지켜본 정치권 관계자는 “눈 뜨고 보지 못할 만큼 아수라장”이었다며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주 격렬한 몸싸움 도중 기진맥진해 병원에 실려 간 사람도 있고, 상당히 놀라운 부상을 입은 일도 있는 것 같다"며 "원내대표와 협의해 더이상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법정 공방’ 확대 전망

이 과정에서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사개특위 회의를 열 수 있었다.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간사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사개특위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오 의원의 사보임을 강행했다. 오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하면서 사개특위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가 예견됐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한다'며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낸 사보임 신청서를 승인했다. 문 의장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 '병상 결재'가 이뤄지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어 권은희 의원마저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 초강수'를 뒀다. 권 의원이 법안 협상 과정에서 공수처 잠정 합의안과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자 결국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권 의원의 사보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상황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악의 ‘동물국회’로 남을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점거와 봉쇄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호권까지 발동했다. 국회 경호권이 발동된 것은 1986년 12대 국회 이후 33년 만이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충돌은 법적 공방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오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에서 사임시키고 채 의원을 대신 임명하겠다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요청을 허가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두 의원의 사·보임과 관련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죽었다고 선언한다”며 “국회의장은 이제 대한민국 의회 치욕의 날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가 자행하는 폭력 사태는 징역 5년 또는 벌금 1000만원까지 해당하는 아주 엄중한 범죄 행위”라며 “반드시 오늘의 불법 행위 폭력행위에 대해서 고발하고, 그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국회 파행 사태가 내년 총선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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