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지난여름의 회룡포 기억하시죠?
대통령님, 지난여름의 회룡포 기억하시죠?
  • 정수근
  • 승인 2017.05.2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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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쓴 편지> 긴급제언, 영주댐 철거해야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문재인 대통령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상식과 이성이 통하는 사회, 불합리와 비이성이 사라지고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적폐도 청산해서 사회대통합을 이루어주시길 바랍니다.
 

 

▲ 선거 포스터. 녹조를 포스터의 소재로 선택했다는 것은 4대강사업의 심판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정권 초기 4대강사업에 대한 심판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지난해 여름 회룡포

문 대통령님,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여름 회룡포였습니다. 경북지역 더불어민주당 당원들과 함께 맨발로 모래강을 걸었습니다. 그 때 저는 현장을 안내했죠. 지구별의 하나뿐인 곳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모두들 즐거워하셨습니다.

그날 발바닥에 느껴지는 모래강의 감촉이 떠오르시나요? 그 곳이 바로 내성천입니다. 감입곡류(嵌入曲流) 사행하천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래의 강이자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지막 모래 하천입니다.

이렇게 펜을 든 것은 문 대통령님이 걸었던 그 ‘국보급 하천’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4대강 사업 때문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우리사회의 많은 적폐 중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 중의 하나로 꼽았죠. 이 땅의 혈맥과도 같은 4대강이 16개의 댐에 가로막혀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4대강은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인간들도 살 수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심판하고, 보를 철거하고, 생명의 강을 흐르게 하는 일은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내성천은 그 중에서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문 대통령님,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 지류입니다.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선달산에서 시작해서 봉화, 영주, 안동, 예천을 흘러 예천군과 문경시의 경계인 삼강이란 곳에서 낙동강, 금천과 만납니다. 세 개의 강이 만난다 하여 그 지역 지명이 ‘삼강’이라 불립니다. 내성천의 길이는 110㎞, 유역면적은 1815.28㎢로 낙동강 상류의 작지 않은 강입니다.
 

 

▲ 지난 여름 내성천 회룡포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표는 4대강사업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약속했다. ⓒ 정수근

 

“내성천은 국립공원 감”

‘금빛 모래가 흐르는 강’ ‘생태계의 보고(寶庫)’ ‘쉼과 치유의 공간’.

내성천을 부르는 말입니다. 강물에 발을 담그고 걸어본 사람은 압니다. 발가락 사이로 전해오는 모래 알갱이의 감촉. 종아리를 간질이는 투명한 강물의 물결. 그래서일까요? 내성천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국가도 인정했습니다. 내성천에는 두 곳의 국가명승지가 있습니다. 제16호 회룡포와 제19호 선몽대입니다. 넓고 깨끗한 모래톱과 물돌이 마을이 빚어낸 빼어난 경관미를 간직한 회룡포는 다녀가셨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선몽대는 명사십리란 수식어가 달린 장소입니다.

세계적인 석학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의 가치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럽에 내성천이 있었다면, 국립공원감이다.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

그는 지난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 낙동강과 내성천을 방문했습니다. 2011년도에는 4대강 사업으로 참혹하게 변한 현장을 둘러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0년 내성천을 찾은 미국의 석학 랜디헤스터 교수도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래강은 미국 내에서 평생 한 곳에서만 본 적이 있습니다. 은퇴 후에는 정말 이곳에 들어와 살고 싶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내성천은 다양한 야생동식물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寶庫)입니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내성천의 가치를 크게 세 가지로 평가해 원형 보존을 주장한다”며 “첫째, 한반도에서 지질역사가 아주 오래된 곳으로, 오래된 강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둘째, 내성천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모든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천국이자 오아시스고 생태거점이다. 셋째, 낙동강을 복원하기 위한 소스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 내성천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성천은 국내에서 매우 보기 드물게 모래밭이 넓게 발달한 강이다. 낮은 수위와 모래밭으로 인해 독특한 자연경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런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살아오는 수많은 야생 동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내성천과 같은 서식지는 국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이곳이 훼손될 경우 이 지역에 적응해 살아가는 생물들은 멸종할 위험이 매우 높다. 이런 점에서 내성천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이 지역의 자연환경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님, 저와 함께 걸었던 그날은 목격하지 못하셨지만 내성천은 멸종위기종들의 낙원입니다. 수달, 삵, 담비, 흰꼬리수리, 먹황새, 흰목물떼새, 원앙, 흰수마자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내성천에 살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식물을 뜻하는 깃대종 흰수마자와 흰목물떼새의 서식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때문에 내성천이 죽음의 강으로 변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해 일명 ‘운포구곡(雲浦九曲)’(조선 장위항이라는 선비가 주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 빗대어 그 아름다움을 노래함)이라 불리는 한가운데 영주댐이 들어섰습니다. 상류에도 ‘유사조절지’(유사조절<모래차단>댐)를 지어 모래가 하류로 내려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한 마디로, 콘크리트 장벽을 겹겹이 쌓아 강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왜 굽이굽이 흘러야 할 아름다운 내성천에 댐을 지었을까요? 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감입곡류 하천의 전형을 보여주는 내성천 회룡포. 물길이 360도 휘돌아나간다. 국가명승 제16호 ⓒ 문화재청

 

댐 철거하는 미국

“댐의 시대는 갔다(The era of dams is over).”

댄 비어드 미국 내무부 연방개척국장의 말입니다. 세계 최대 댐 보유국 중 하나인 미국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댐을 철거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1100여개의 댐을 부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세기에도 있을 수 없는 이유로 영주댐을 지어 내성천을 막았습니다.

‘낙동강의 수질개선 목적의 하천유지용수.’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한수원)가 밝힌 영주댐의 역할입니다. 풀어서 말하면,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녹조가 심각하니, 영주댐을 지어 물을 가두었다가 방류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뜻입니다. 구정물로 녹조현상을 없애겠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영주댐이 준공된 지난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험담수란 것을 했습니다. 시험적으로 물을 한번 가두어본 것이지요. 곧바로 심각한 녹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낙동강 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습니다. 지난 1월 영주댐의 배사문이 열렸습니다. 각종 부유물이 섞인 흙탕물이 흘러나와 댐 하류가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1급수 내성천 물이 겨우내 영주댐에 갇혀 구정물이 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수원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1300만 명의 영남인의 식수에 구정물을 흘려보내면서 ‘수질개선’이라 말했습니다.

미국은 달랐습니다. 기자는 지난 4월 중순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북서부를 흐르는 클라마스강에서 영주댐을 닮은 ‘아이언 게이트댐 (Iron Gate Dam)’을 마주했습니다.

아이언 게이트 저수지에도 녹조가 심각했습니다. 1964년 댐이 지어진 후부터 매년 반복됐습니다. 기준치의 1만 배를 초과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미국의 결론은 댐 철거입니다. 아이언 게이트와 그 상류에 있는 콥코1(Copco1 dam), 콥코2(Copco2 dam), 제이시 보일댐(JC Boyle dam) 등 4개의 댐을 오는 2020년부터 철거할 계획입니다. 멸종위기종인 연어를 보호하고 원주민의 삶을 회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또, 녹조문제를 해결해 클라마스 강의 생태계를 회복시킬 계획입니다.
 

 

▲ 시험담수를 한 지난해 영주댐에 녹조가 가득 폈다. 이런 물로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니 어불성설이다 ⓒ 정수근

 

“영주댐 철거해야”

문재인 대통령님, 영주댐과 내성천 중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세금 1조 1000억원을 들여 건설했으나 낙동강의 수질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영주댐일까요? 아니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내성천일까요?

동감댐이 백지화 되던 날이 떠오릅니다. 그날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때 동감댐이 건설됐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동강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콘크리트 장벽에 수장됐을 것입니다. 내성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은 후대에 길이길이 물려줘야 합니다. 그게 우리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저는 해마다 여름이면 초등학교 아이들과 내성천을 찾습니다. 4대강 삽질에 강이 파헤쳐지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고 온전히 강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하천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물장구 치고 모래성을 쌓으며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냅니다. 돈이 아니라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배웁니다.

그래서입니다. 영주댐을 철거해야 합니다. 내성천이 흘러야 낙동강이 살아납니다. 낙동강은 지금 맑은 물과 모래가 부족한 그야말로 ‘배고픈 강’이 됐습니다. 1300만명 영남인들의 식수가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사는 시궁창이 됐습니다. 4대강 사업의 적폐청산에 영주댐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긴급제안도 합니다.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내성천을 보존하면서 일자리와 관광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모델로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올림픽 국립공원에 있는 엘와강도 댐을 부수고 연어가 돌아오면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습니다.
 

 

▲ 해마다 여름이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내성천을 찾아 신나게 뛰어논다. ⓒ 정수근

 

“강은 흘러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님,

내성천을 지켜주십시오. 이명박근혜 정권이 쌓아올린 적폐가 4대강의 흐름을 막고 있습니다. 영주댐은 철거해야 합니다.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는 내성천을 살리려면 하루빨리 수문부터 열어야 합니다.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은 것은 물길만은 아닙니다. 4대강 사업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낳은 결과입니다. 그래서입니다. 강은 흘러야 합니다. 이게 상식이고 진리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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