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막아냈더니 이번엔 대규모 풍력단지가…
댐 막아냈더니 이번엔 대규모 풍력단지가…
  • 정수근
  • 승인 2017.02.27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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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대규모 풍력단지 논란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해 일어난 리히터규모 5.8의 경주 지진 여파로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증폭되는 핵발전 불안의 여론은 최근 월성1호기 수명연장 취소 소송에서 승소를 이끌어내는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핵발전의 대안으로 신재쟁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이나 바람, 바이오메스, 지력 등을 이용하는 에너지로 자연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일컫고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신재생에너지라 할지라도 그것이 대규모 산업이 될 때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이 그러한데 국내 곳곳에서 대규모 풍력발전이 행해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 풍력발전이 산능선에서 주로 이루어지게 된다. 산능선은 '생태계 민감지역'으로 대규모 풍력발전이 들어서면 그 주변 생태계가 급속도로 황폐화하게 되면서 큰 사회문제가 제기된다.

 

▲ 영양지역 맹동산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 ⓒ 정수근

 

멸종위기종 서식처 청정 영양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

대규모 풍력발전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훼손과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주민피해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 영양지역을 보면 현재까지 맹동산을 포함한 낙동정맥 영양지역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는 59기이고,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풍력발전기는 133기에 달한다.

이로 인해 영양의 많은 마을들이 풍력발전기와 인접한 상태가 되고, 최근 환경부와 협의 의견이 진행 중인 AWP풍력사업(주식회사 GS이엔알이 27기의 풍력발전기를 건설하려 함, 아래 AWP(GS)영양풍력단지)에 대해 주민들이 '풍력단지저지 영양영덕공동대책위'를 꾸려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 예정지가 낙동정맥 산등성이에 길게 위치하여 영양지역의 송하리, 기산리, 무창리, 무학리, 화천리 마을뿐 아니라 영덕 백청리, 보림리 마을도 인접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대규모 개발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되어 있고, 현재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은 AWP(GS)영양풍력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서(본안)가 지난해 10월 27일 제출되어 원래 규정상으로는 30일 이내에 협의 의견을 내게 되어 있으나 대구지방환경청은 2017년 2월 현재까지도 협의 의견을 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 예정지에서 촬영한 멸종위기종들. 위에서부터 담비, 산양, 삵. ⓒ 녹색연합

 

AWP(GS)영양풍력사업 예정지역은 산양(천연기념물 217호), 수달(천연기념물 330호), 담비(멸종위기종 2급),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324-4호), 매(멸종위기종 1급), 삵(멸종위기종 2급), 하늘다람쥐(멸종위기종 2급) 등 다양한 천연기념물들과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적 다양성이 풍부하고 보존가치가 뛰어난 실질적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다.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도 이곳에 대규모 개발계획 어불성설인데, 이런 지역의 산등성이에 대규모 풍력발전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지역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 영양댐 예정지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역의 이러한 생태적 가치를 알려내면서 지난 8년 동안 댐 건설을 반대해 최근 공식적으로 댐 건설이 백지화된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 조성계획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주민들은 또 한 번 집단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AWP(GS)영양풍력사업이 제출한 평가서에는 대구지방환경청이 "풍력발전시설과 1.5km 이내인 정온시설 및 1km 이내인 축사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주민과 협의하여 저감계획을 수립하여야 함"이란 검토의견을 주었고, 그 반영 여부에 "풍력발전시설 인근 주민과 사전협의하였으며, 주민동의서를 부록에 첨부하였음"이라고 되어 있다.

 

▲ 댐 반대 활동 시절 주민들은 장파천 문화제를 열고 주민들 간의 단합을 도모하며 댐건설을 꼭 막아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 정수근

 

주민동의서 위조, 허위는 문제 될 게 없다는 대구지방환경청

하지만, 회사가 제출한 평가서에 첨부된 주민동의서의 내용을 보면 대구지방환경청이 검토의견으로 제시한 소음 및 저주파음 저감계획에 대한 사전협의의 내용이 아니라 "AWP영양풍력단지 조성사업을 환영하며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풍력발전단지 유치동의(청원)서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유치동의서가 주민과의 소음 및 저주파음 저감계획에 대한 사전협의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주장인 것이다.

더군다나 제출된 270매의 주민동의서를 주민들이 하나씩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해당 지역 아닌 것이 103매, 거짓·허위 작성이 92매로 72%가 주민동의서로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렇듯 사전협의를 안 했으면서 사전협의했다고 한 것과 주민동의서가 거짓, 위조 작성된 것을 볼 때 규정에 따르면 회사가 제출한 평가서는 당연히 반려되어야 한다.

 

▲ 풍력발전 예정지인 낙동정맥이 유유히 뻗어있다. ⓒ 정수근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 업무 처리규정' 제14조(평가서의 반려)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였으나 제출된 주민 의견이나 관계행정기관의 의견과 반영 여부를 누락한 경우' 협의기관장이 사업의 특성, 저촉되는 정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서를 반려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회사가 제출한 평가서는 그 반영 여부를 누락한 정도가 아니라 안 한 것을 했다고 거짓 작성한 것으로, 풍력사업 평가의 핵심사항인 주민 수용성에 대해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므로, 협의 업무 처리규정 제14조에 따라 반려되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주민동의서 허위작성 등 민원제기에 따른 확인결과'라는 문서를 통해 주민들이 주소 허위기재로 제기한 대부분의 주민동의서를 '특이사항 없음'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해당 지역이 아닌 곳의 주민동의서도 적정한 것으로 분류했다. 그리하여 주민들이 파악한 72%의 부적정 사례를 10%로 줄여놓았다.

이에 현재 주민들이 회사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과 사문서위조로 대구검찰청에 고발하여 조사가 진행 중이다.

 

▲ 어미를 잃고 마을로 내려온 산양 새끼를 한 주민을 돌보고 있다. ⓒ 정수근

 

대구지방환경청, 환경을 지키는 곳인가 파괴하는 곳인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AWP(GS) 영양풍력단지 조성사업에 대해서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한 검토의견을 통해 AWP(GS) 풍력사업 예정지는 한반도 중요 생태축, 우수한 산림지역 및 법정보호종을 포함하는 높은 생물 다양성의 서식지역으로서 보존적 가치가 높으므로 풍력단지입지로 부적절하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또한, 국립생태원도 검토의견에서 회사가 제출한 평가서의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조사 및 평가가 미흡함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식생 보전등급 평가의 경우 제시한 식생 보전등급 판정표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공신력이 있는 자료로 볼 수 없으며, 이 자료를 활용한 식생 보전 등급판정은 모두 재평가되어야 하며, 최신자료 및 공신력 있는 지침 등을 활용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국립생태원의 검토의견은 회사 측이 제출한 평가서의 부실함으로 인해 평가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임을 직접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AWP(GS)영양풍력단지 조성사업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서도 드러난 것처럼 환경성, 주민 수용성 측면을 고려할 때 추진되어서는 안 되는 사업임을 알 수 있다.

 

▲ 장파천의 아름다움. 이 일대는 경관미도 빼어난 곳이다. ⓒ 정수근

 

그런데도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AWP(GS)영양풍력사업을 추진하려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영양주민들은 "대구지방환경청이 풍력회사의 대리인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영양주민들은 대구지방환경청이 AWP영양풍력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본안)을 반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WP(GS) 풍력사업에서 회사가 평가서를 허위 작성한 것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낙동정맥 산등성이에 폭 수십 미터를 깎아내고 풍력발전기를 줄지어 꽂아 나가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 풍력사업은 또한 산과 바람이라는 공공재를 사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사유화하는 사업인 것이다.

"이런 사업을 환경부가 제지하지 않는다면, 과연 환경부가 환경을 지키는 부서인지 환경을 공식적으로 파괴하는 데 앞장서는 부서인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고 주민대책위 송재웅 사무차장은 꼬집었다.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어떤 곳이든 대규모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단지를 지을 수는 없다.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곳은 입지에서 제외되는 것이 옳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그것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개발사업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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