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9000개와 맞먹는 재생에너지 잠재량, 에너지신산업 나서야”
“원전 9000개와 맞먹는 재생에너지 잠재량, 에너지신산업 나서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1.12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

 

- 방폐물 처리장,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 세계에서 핵 발전 설비용량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이면서 방사성 폐기물 처분과 관련해 국제적인 영향역이 큰 나라들은 미국과 프랑스·영국·스웨덴·핀란드다. 이중에 미국·핀란드·스웨덴은 처분장 부지선정과 건설을 추진했고 영국은 핵 발전 초기부터 시작한 나라로 폐쇄원자로가 가장 많다. 특히 미국은 현재 104기의 핵발전소를 통해 국가전체 전력의 20%를 공급하고 있는데 1982년 제정된 핵폐기물정책 법에 의거해 방폐물 관리를 하고 있다. 1년에 핵발전소 1기당 우라늄원료 20톤을 썼다면 매년 2000~2400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약 6만 5000톤을 저장했고 2050년이면 20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은 1987년에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 후보지로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북서쪽 사막지역 ‘유카 마운틴’(Yucca Mountain) 부지를 선정했다. 이 처분장은 지하 저장시설에 포장작업을 거친 12만 2000톤의 폐기물에 대해 50년간 모니터링을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타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고, 미 에너지부는 2010년 결국 전면 백지화했다. 원점에서 재추진하기 위해 관련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연방정부의 인허가조차 얻어내지 못하면서 핵폐기물 처리에 실패했다.

 

 

- 한국은 경주지역에 처리장을 건설한다.

▲ 미국도 실패하고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지지 못한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운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사용 후 핵연료가 포화상태임을 알리고, 처분장 건설의 시급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시도를 지난 2003년 전북 부안 위도에서 추진하다 극심한 반대로 무산된 이후 ‘주민 참여절차’ 제도를 만들고, ‘방폐장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재유치 청원을 접수한 결과 경주와 군산·영덕·포항 등 4개 지역이 신청했다. 결국 89.5%의 찬성을 보인 경주가 선정돼 일단락됐다. 처분장은 적어도 10만년에서 100만년까지 영구적으로 접근을 차단해야하는 위험시설이다. 심지어 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수천 년 동안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또 방사성폐기물을 10만년 이상 보관 할 경우, 인류문명이 지속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문자가 전승되지 못하게 될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서 위험시설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시간적 범위가 영원(永遠)에 가까운 사안을 불과 몇 년 만에 마무리 짓겠다는 자세는 버려야 할 것이다.

 

 

-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 일본은 좀 흥미롭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세계 원자력정책에 대한 흐름을 대대적으로 바꿔놓았고, 그 당시 일본 사회가 벌인 탈핵논쟁의 핵심내용이 사용 후 핵연료 문제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집권당인 일본 민주당이 탈핵 시나리오를 제시했지만, 재집권에 성공한 자민당의 아베 정권이 핵발전소의 불가피성과 재가동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빚었었다. 그런데 아베의 정치적 스승인 같은 정당에 속한 고이즈미 전 총리가 원자력발전에 반대를 표명하자 갈등의 폭이 더 커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주장은 일본에서 핀란드와 같은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핵 발전을 중단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 대체에너지가 화두다.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가능한 일인가.

▲ 그동안 정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원전사고, 핵폐기물 문제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와 전력수급정책을 통해 원전과 석탄발전을 계속 늘려왔다. 그 이유는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전력수요가 증대하고 재생에너지가 비싼데다 잠재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에너지·전력수요는 다분히 과장되어 있고 현재 전기요금 수준을 놓고 볼 때 신규 원전과 신규 석탄발전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2015년 각 발전원별 정산단가를 비교해 보면, 원전과 석탄발전은 60원대이고 가스발전은 120원대, 태양광·풍력 발전은 보조금을 포함해 160원대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신규원전과 석탄발전 대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KW 시간당 100원대 안팎인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약간 올린다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도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100% 사회’로 가는 중간단계로 가스발전이 원전과 석탄발전을 대신할 수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2022년에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태양광 산업계는 그보다 더 빠른 2020년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 단가도 2020년 달성을 예상하지만 하락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반면에 원전과 석탄발전은 단가가 계속 상승중이다. 특히 원전은 안전문제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 석탄발전은 유연탄에 kg당 유연탄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전단가와 환경비용, 사회적 비용 등 외부비용이 반영되지 않아 싸다는 장점이 있다.

 

 

- 신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은 어떻다고 보는가.

▲ 우리나라 2016년 태양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7451GW다. 1GW는 평균 원전 1기의 발전설비용량이다. 결국, 현재 기술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가 원전 7451개와 맞먹는 양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전기생산은 낮에만 이루어지므로 발전량은 원전 발전량의 15%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전체적인 기술적 잠재량도 8965.7GW에 달한다. 태양에너지는 2035년이면 기술적 잠재량이 9939GW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잠재량 측면에서 본 에너지수요와 기술경제·가격·지원정책·적용 방해인자 등 에너지환경을 고려한 값도 2035년에 34.5GW다. 시장잠재량은 정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더 늘릴 수 있다. 독일·일본 등 각국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이끈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과, 최근 인도가 채택한 재생에너지 장기고정가격 매입제도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재생에너지 시장잠재량도 급증해 원전과 석탄발전량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초기에 폐지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재원부족이다. 그래서 정부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부과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했고, 폐지할 2008년 당시의 기금규모가 1조 8000억 원이었다. 이후로 점차 전력소비량이 증가하면서 기금은 2015년 현재 4조원이 넘는다. 쓰지 않은 불용액만 1조 3300억 원이고, 2016년에는 1조 6000억 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실패의 원인을 좀 더 상세히 얘기해본다면.

▲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현격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에 미숙했다. 그로인해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국가 중 만년 꼴찌다. 그마저도 1% 수준이다. 독일은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한 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800만 명 이상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민간부문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넘는다. 한국은 소규모발전사업자에게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적용해서 KW 시간당 100원을 지원하는데, 2016~2020년까지 5년간 1조원이 필요하다. 150원을 지급한다 해도 1조 5000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태양광 발전 단가도 꾸준히 하락추세여서 초기지원만 잘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대대적으로 지원하거나 소규모 발전사업자만이라도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대규모사업자에게는 지원금이 필요 없이 장기간 고정가격 매입을 보장하면 재생에너지가 대폭 확대될 것이다. 전기요금 10%를 재생에너지기금으로 모으면 연간 수 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마련되므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과 대규모 풍력단지 조성을 통해 집집마다 소형·태양광 보급이 가능해져 누진제 완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 원전이 한계점에 왔음에도 핵산업계와 정부 관료들은 미래 동력산업이 될 신재생에너지를 외면하고 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그동안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에 매진한 것은 대기업에게 수출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저렴하게 전기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싼 전기료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남겼지만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만 잡아먹는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전락했다. 지금은 고부가가치 산업시대다. 재생에너지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핵산업계와 관료들은 여전히 원전과 석탄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값이 싼 원전과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핵폐기물·원전사고 등 환경오염과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 74.8%가 원전반대 입장이고, 80.7%가 신고리 5·6호기 재검토와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특히 지진에 대비해 원전 12기 가동을 임시중단하고 전면적으로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79.8%에 달한다. 국민들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한 삶을 원한다. 올해 준공예정인 11기의 석탄발전 중 10기는 충남과 강원도에 집중되어 있어 중부지방의 미세먼지 악화가 우려된다. OECD 국가 중 석탄발전계획을 추진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물론 재생에너지 100% 사회로 가려면 아직은 고비용이 드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기술 잠재량은 원전 9000개와 맞먹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활용비중은 OECD 꼴찌다. 어떤 면에서 3차 산업혁명 과정을 겪지 못한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동시에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원동력은 에너지신산업에 있으며 새로운 출발점은 원전과 석탄발전 신규증설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