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단물 좇는 이들, 안전 외면한 채 공권력까지 동원해 원전확대 강행”
“권력 단물 좇는 이들, 안전 외면한 채 공권력까지 동원해 원전확대 강행”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1.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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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

 

- 정권과 결합해 핵산업계가 벌여온 핵 발전 확대 전략의 실태는.

▲ 정부와 핵산업계는 일심동체다. 이들은 1990년대 초기 세계적인 반핵운동을 국민들이 인지하게 되면서 대국민 물량공세와 홍보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1992년에 원자력문화재단을 설립해 핵 발전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홍보사업을 벌인 결과, 2000년 중반에 성공을 거두면서 일반 국민들의 핵 발전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뀌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20년간 원자력문화재단은 전기요금에서 징수한 3.7%의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100억 원을 지원받아 초중고 교과서 개정, 언론인과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해외시찰, 드라마와 과학프로그램을 통한 간접광고 등 전방위적인 핵 발전 홍보사업을 벌여왔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매체공세를 통해 방송 등 언론을 길들였다. 이들의 목표는 시민들이 핵 발전의 실체를 모르도록 접근을 막고 환경단체들까지 무조건적인 반대집단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과 권력을 통해 대대적으로 전개한 홍보가 성공을 거두면서 경주 방폐장 부지선정 이후 지역주민들 사이에 핵시설 선호 분위기가 조성되자 핵산업계는 거침없는 핵 발전 확대정책에 돌입했다. 시민사회의 무저항으로 핵산업계는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유치경쟁을 벌였던 동해안 지역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 수명연장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한 배경이 무엇인가.

▲ 경주지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활성단층 평가를 하지 않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오로지 원자력 확대에만 골몰했다. 또한 30~40년 전의 노후된 원전 안전이 수칙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렸다. 이 문제를 위해 지난 2015년 2월 새벽까지 결론을 못 내리며 회의를 끌어가던 원자력안전위원들에게 실망한 야당 추천위원들이 퇴장을 했다. 그럼에도 원자력안전위원들이 찬성표결을 했던 배경에는 청와대 ‘윗선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1년이 지나서 재판장에 나온 전 원자력안전위원을 통해서 증언됐다. 또한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고 김영한 수석의 업무수첩에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가 있기 6개월 전, 이미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한 정황이 발견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6월 23일 세계 최대 핵단지가 될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을 또 다시 서둘러 허가했다. 국가전력수급차원에서 추진했다지만 안전성평가 측면에서 문제가 많아 재고했어야 하는 계획이었다. 현재 국내의 전력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이고, 전력발전 설비도 남아돌기 때문에 더 이상의 원전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400만 명이 밀집한 지역에 세계 최대의 9·10번째 원전건설을 허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수첩에서 발견됐다는 메모, 좀 더 상세히 들려달라.

▲ 꼼꼼히 기록한 그의 업무수첩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로 보이는 영덕과 삼척 신규원전 추진과정에서의 주민탄압 정황도 확인되었다. 2014년 10월 9일 당시 삼척 신규원전 찬반 주민투표율은 68%였고 반대가 85%였다. 다음날 10일 수첩기록에는 ‘삼척 원전관련 주민투표’ 라는 문구로 ‘영덕 확산조짐’. ‘선제적 대응’, ‘(원전) 기필코 달성’, ‘지역 언론설득’ 등의 메모가 있었다. 23일에는 ‘삼척원전 반대여론이 영덕에 전이현상 없도록 사전노력 요구된다’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사항으로 보이는 메모도 발견됐다. 11월 21일에는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대동하고 영덕군의회 의장과 군수를 비롯한 주민들을 만나서 영덕원전에 따른 경제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면서 추진방침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런데 이전의 11월 14일 수첩기록에선 ‘삼척시장 허위사실유포 기소예정’ 문구와 함께 ‘직권남용 사건도 (수사) 중’이라는 문구도 나왔다. 삼척원전반대 공약을 전면에 내건 김양호 삼척시장이 2014년 6월 당선된 이후 상대편 후보로부터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피소됐지만, 수사결과 무혐의결정과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업무수첩 기록 12일 뒤인 11월 26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김양호 시장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재판에 넘겼다. 김 수석의 업무수첩대로 진행된 것이다. 김양호 시장은 2015년 8월 12일 최종 무죄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업무수첩대로 강릉지청은 지난 2016년 1월 8일에 김양호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10월 6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무죄판결 했다.

 

 

- 현 정권의 ‘핵 마피아’ 실태는.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확인한 것은 이 나라가 지난 4년여 동안 공익을 위해서 법대로 상식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위 비선실세를 위시한 사적관계망 속에서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이 추진되어 왔고, 권력의 단물을 좇는 이해관계자들이 검찰까지 동원해 원전확대정책을 추진했고, 원전안전은 아예 외면해 왔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만으로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국회 탄핵안 가결을 며칠 앞두고 원자력안전위원장이 부실하게 내진설계를 한 월성원전 1~4호기 재가동을 직권으로 승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원자력진흥부처에서 원자력국장을 지낸 고위 관료출신이었다.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당시부터 안전규제보다 원전확대정책을 고수해온 이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원자력안전위원장에 임명되자마자,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했고, 전(全)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단계 삭제와 월성 1~4호기의 기습적인 재가동을 직권으로 승인한 인물이기도 하다.

 

 

-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 연루 의혹도 제기되던데.

▲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청와대와 원자력업계 간의 연결고리 중 한 사람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지난 2013년 당시 원전부품 관련비리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때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부산 동부지검 원전비리 수사단으로부터 비리관련 수사를 받고 있던 원자력업계 중견기업의 변호업무를 맡게 되었다. 우 수석은 결국 이 사건을 무혐의로 이끌어내는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 기업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원자력계 유력인사가 설립한 회사다. 매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정부기관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책과제를 수행하는데 수백억 원 대에 달하는 全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사업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스트레스 테스트’ 사업은 원전이 지진 등 극한의 재해 상황에서도 안전성 유지가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그런데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이것이 원전사업에 대한 ‘안전 면죄부’를 주는 대가성 사업으로,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핵 마피아’ 사업이 될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민간검증 단계까지 삭제해버렸다.

 

 

- 신고리 5·6호기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도 말들이 많다.

▲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년 전인 지난 2015년 6월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 이미 컨소시엄 형식으로 삼성물산을 건설사로 선정했다. 총 투입비용이 8조 6000억 원인데, 토목건설 비용만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이다. ‘삼성과 최순실 커넥션’에 대한 대가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사로 삼성물산이 선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문제는 한 지역권 내에 여러 기의 원전을 밀집해 설치하는 사업인데다 안전성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려 10기의 원전을 한 지역에 세우는 ‘다수호기(多數號基) 안전성 평가’마저 아예 없었다는 말이다. 특히 활성단층으로 지목된 단층들이 신고리 5호기 원자로 격납건물 바로 밑으로 지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격납건물을 불과 50미터 옆으로 옮기는데 그쳤을 뿐이다. 50미터만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용 후 핵연료도 그렇다. 단순히 핵연료를 물속에 보관하는 임시저장의 위험성은 후쿠시마 사고 후 전 세계 원자력계가 제기했던 문제다.

 

 

-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 좀 더 짚어보자.

▲ 새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화장실이 없다면 난감할 것이다. 핵 발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비유하는데, 인류의 골칫거리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처리장 계획도 없이 추진해 온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19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Atoms For Peace)’ 선언으로 핵무기를 전력생산에 이용하자는 논의가 있은 후 60여년이 흘렀다. 막대한 양의 사용 후 핵연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제대로 된 핵폐기물 처리장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핵 발전의 필연적인 부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관한 국제사회 방사성폐기물 담당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의 기본지침은 ‘일시적 저장’(Storage)과 ‘영구적 처분’(Disposal)으로 구분한다. ‘저장’은 나중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과 일정기간 격리·보관하는 것이다. ‘처분’은 운송과 처분과정에서 방사능 노출을 최대한 안전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방폐장에서 방사능 노출 시에 0.3mSv를 초과하면 안 된다. 또한 방사능 노출로 인한 암 발생 확률이 연간 0.00001을 넘지 않아야 하고 인위적인 침입으로 노출된 경우 연간 1mSv를 넘으면 안 된다. 만약 연간 20mSv를 넘으면 새로운 처분방법을 도입하고 연간 1~2mSv 노출이 예상되면 설계 시 침입가능성을 줄이거나 노출량을 1mSv로 줄여야 한다. 각국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별 고유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감독할 책임이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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