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마피아’가 지배,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핵마피아’가 지배,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1.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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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1회

현재 전 세계에는 442기의 원전이 있다.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최고다. 좁은 국토, 인구가 많은데다 핵발전소 또한 많다. 현재 4개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총 25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전체 원전 단지 반경 30㎞ 이내에 9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8개의 기초자치단체가 밀접해 있다. 원전 1위는 미국으로 104기를 가동하고 있다. 프랑스 58기, 일본 50기, 러시아 33기에 이어 한국은 5위다. 개수와 용량은 다섯 번째이지만, 외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좁은 국토에 많은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세계 최고인 셈이다. 핵발전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확률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 아니다. 현 계획대로라면 현재 가동 중인 25기 핵발전소 중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2029년까지 5기를 더 건설하게 된다. 여기에다 이미 건설계획이 확정된 6기까지 더하면 총 35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경주지진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갇힌 채 원전증설에만 매진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핵산업계와 관료조직이 뭉친 거대한 ‘핵 마피아’에 의해 지배받는 원전국가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

 

2011년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이후, 전 세계가 원전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깨닫고 폐쇄절차를 밟아가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원전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 5년간 원전 4기를 늘렸고, 현재도 5기를 건설 중이며 향후 6기를 더 증설할 계획이다. 탈 원전시대에도 정부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여전히 원전에 집착하며 핵산업계의 입장에 부응하고 있다. 원전 발전량 30GW를 넘어선 중국의 경우 한국의 과도한 원전의존에 비하면 양상이 다르다. 재생에너지로 방향을 선회한 중국은 2015년 태양광발전만 50GW에 달한다. 풍력발전은 150GW에 달해 원전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은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원전증설과 석탄발전에 급급하다. OECD 국가 중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은 1%로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한다.

탈 원전을 넘어 세계는 재생에너지 시대를 맞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50%에 달하는 재생에너지를 쓰고 있다. 포르투갈은 재생에너지 100% 국가로 며칠 동안 전기를 써도 끄떡없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도 이들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태양광기술을 활용하면 바로 7451GW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다. 육상풍력도 경제성을 넘어 보조금이 필요 없을 정도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동력산업 신재생에너지정책을 외면한 정부의 핵발전소 확대정책과 환경오염·원전안전 등 긴급한 현안들을 양이원영 처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짚어본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탈 원전시대에도 원전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정책 어떻게 보는가.

▲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이 탈핵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재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탈 원전으로 돌아섰고, 핵 산업은 빠른 속도로 몰락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세계 흐름과 정반대로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MB정권에 이어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9년 동안 비상식과 비정상·비합리적인 원전정책을 해왔다.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핵 발전 확대를 해온 한국은 그동안 세계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였던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과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던 기간에도 정책 재고는커녕 오히려 강력한 핵 발전정책을 펼쳐온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핵 발전을 성장산업동력으로 지정해 에너지정책을 간판으로 내세웠다. 2030년까지 핵 발전을 59%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원전 추가건설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나트륨냉각고속로 상용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삼척-영덕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 등 한국을 원자력중심국가로 고착화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 또한 핵발전소 수출에도 주력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핵발전소 80기 계약을 계기로 역행적인 수출전략에 매진했다. MB정권의 핵정책에 힘 받은 핵산업계도 조심스레 추진해오던 고속로 건설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사업을 국가정책으로 만들어 핵 국가 기반을 더 공고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공약에서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관리와 지속가능한 에너지수급 기반마련’을 공약했지만, 인수위 당시부터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아예 격하시켰고 원자력진흥위원회와 함께 국무총리실 직속기관으로 묶어두었다. 원자력안전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마저 원전규제기관을 일반 공공부서와 달리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권고했지만 한국은 36개 원자력국가 중 이런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면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사업 강행 입장을 바꾼 박 대통령은 미국 대표부를 압박하는 등 핵개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북도지사를 포함한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원자력 클러스터(Cluster) 유치를 명분으로 동해안 일대의 핵 단지 조성에 앞장서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뿌리 깊은 정경유착이 빚은 퇴행적이고 무책임한 원전확대 정책을 초래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핵 발전 정책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 MB정권은 핵산업계의 염원을 들어주면서 영원한 핵 국가로 가는 기반을 다져 놓았다. 핵 발전 확대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 12월 원자력위원회를 통해 2028년까지 나트륨냉각고속로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실증시설 건설을 결정했다. 임기 말인 2012년 9월 14일에는 예정보다 몇 달 앞당겨 기습적으로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지역을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선정·고시했다. 박근혜 정부도 2014년 1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5년까지 핵 발전 설비 비중을 현재의 26%에서 29%로 높였고, 2024년까지 계획된 설비용량 36GW에 7GW(100만 KW급 핵발전소 7기 용량)를 추가로 더 확대했다. 현 계획대로라면 현재 가동 중인 25기 핵발전소 중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2029년까지 5기를 더 건설하게 된다. 여기에다 이미 건설계획이 확정된 6기까지 더하면 총 35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핵발전소 밀집국가인데 앞으로 더 밀집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에 이어 인수위 시절부터 원자력공학자를 인수위원으로 임명하고, 미국 대표부를 압박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의 핵 에너지정책은 한마디로 이명박 핵 발전 ‘아바타’다. MB정권이 추진한 핵 발전 확대 정책을 그대로 유지·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순방 때마다 핵 산업 전도사로서 역할을 자처하며 핵발전소 수출에 치중하고 있다. 핵산업계도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국내 핵산업계는 똘똘 뭉쳐 ‘후쿠시마 위기를 기회로’라는 교묘한 슬로건을 내걸며, 앞서 두 정권과 굳건하게 결탁한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한국의 핵 발전은 정권과 무관하게 핵산업계의 뜻에 따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산업계·학계·공공 관련기관 등이 거미줄처럼 얽힌 네트워크를 형성해 국가에너지정책과 예산·관련업계 정보 등을 장악하고 있다. 아무리 개혁적인 정부라 해도 탈핵에 대한 철학뿐만 아니라 이들을 완전 제어할 수 있는 정책적인 수단과 실력이 없다면 결국 그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다.

 

 

- 그 이전 참여정부 때의 원전정책은 어떠했는가.

▲ 노무현 참여정부도 기존의 정부가 추진했던 핵 발전정책을 극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발전 지원금을 살포하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을 공약하는 등 지역 간 경쟁을 촉발시켜 중?저준위 핵 폐기장 부지를 결정해버린 더 나쁜 방식을 택했다. 특히 금권과 향응으로 도배된 채 진행한 주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핵 폐기장 선정과정에서 영·호남이 돈을 놓고 서로 대립하며 이전투구를 벌였고, 가장 중요한 사항인 안전성 문제는 도외시 됐다. 이 과정에서 핵시설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민주적 의견수렴과 안전성평가 등은 밀려나고, 단지 얼마만큼의 돈이 지원되는가에만 매달렸다. 이렇게 참여정부는 돈으로 정책을 팔아 넘겼다. 그 후 진행된 핵발전소 등 신규 핵시설 추진과정에서도 주민의사가 아예 봉쇄되었고, 오히려 자치단체장이 나서서 핵발전소 유치를 주도했다. 또한 지역갈등 조장과 근거 없는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는 일이 반복됐다.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투명한 정보나 안전성 평가는 뒷전이었고 주민의견을 위장한 자치단체장의 지방 독재만 횡행했다. 주민의사는 무시되고 오직 핵산업계와 결탁한 자치단체장이 독단적으로 유치를 한 이후 반대하는 주민들에겐 공권력을 동원해 감시와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삼척과 영덕 군수가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한 주민을 상대로 영농자금 대출에 불이익을 주거나 위생 감시 등 구실로 자영업자들을 방해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통해 반대운동을 봉쇄했다. 참여정부가 만들어 놓은 토대위에서 핵시설 확대정책을 추진해 온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민주적인 주민의견은 전혀 듣지 않고 밀양송전탑처럼 공권력과 보상금이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핵 발전 확대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양이원영 처장은?

1991~1995 서강대학교 생물학 학사

2005~2006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공공정책학 석사

2006~2007 라이프치히 대학교 경영학 석사

2010~2011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

2011 에너지대안포럼 기획운영위원회 위원

2012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

2017 현재 환경운동연합 탈핵팀 처장 / 재생에너지 100%TF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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