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는 가라, 진짜가 떴다!
가짜는 가라, 진짜가 떴다!
  • 정수근
  • 승인 2017.01.05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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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내성천의 먹황새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 달 29일 영주댐의 가짜 먹황새를 만나고 돌아 나오는 길은 씁쓸했다. 수자원공사도 먹황새의 존재를 알았고, 그 희귀한 새가 영주댐 어딘 가에도 도래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댐 바로 코앞에 두 마리나 세워둔 것을 보면 말이다.

 

▲ 수공이 만든 가짜 먹황새. 가짜는 가라

 

내성천의 상징이 된 먹황새

내성천의 아름다움에 빠져 이곳을 찾는 환경단체 활동가, 사진작가 등에 의해서 2010년경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먹황새는 내성천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내성천의 상징처럼 읽혀왔다. 그렇기에 먹황새는 내성천의 안전을 상징하는 존재 정도로 여겨졌다.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 새가 언제까지 도래할 것인가’도 하나의 관심거리였다. 영주댐 공사로 이 희귀한 새의 서식처가 사라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다른 멸종위기종 야생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었고, 이 새는 원래 도래하던 곳에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곳은 댐이 들어서면 수몰될 위치다. 이 새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던 이들은 먹황새가 원래 도래하던 곳에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하류에서 다시 그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 내성천에서 만난 먹황새. 매년 이 희귀한 새가 내성천을 찾고 있다. 언제까지 찾을 수 있을까?
▲ 고민에 빠진 먹황새. 이것이 진짜 먹황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4대강사업 낙동강 공사와 영주댐 공사로 모래가 급격히 유실돼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내성천이 낯설어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으면 어쩔까 걱정이 많았던 것이다.

사실 2015년부터 내성천에 식생(풀)이 너무 많이 들어와 이전의 모래강 내성천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내성천이 습지화 되면서 이 강의 고유의 모습이 사라진 내성천을 먹황새는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무척 궁금했다.

다행히 먹황새는 날아다니는 존재라 그런지 그래도 이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내성천 구간으로 이동해서 도래하고 있었다.

올해도 이 새가 근자에 도래하는 곳으로 녀석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없었다. 다음날 다시 가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일대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더 하류로 내려가 있었다. 점점 하류로 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걱정이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모래 유실도 많고 풀도 많이 들어와서 모래강 내성천의 진면목을 간직한 곳이 많이 줄어든다. 이렇게 가다간 내성천이 더 이상 먹황새의 월동지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됐다.
 

▲ 이것이 진짜 먹황새. 가짜는 가라!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먹황새

 

이것이 진짜 먹황새, 서식처를 지켜라

먹황새는 전 세계에 1000여 마리만 존재하고, 한반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내성천에만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문화재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다음과 같이 알리고 있다.

“먹황새는 우리나라에서는 9∼10월과 1∼2월에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멸종 위기의 진귀한 겨울 철새이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과연 이 희귀한 친구가 언제까지 내성천에 도래할까? 내성천에 영주댐이 준공되면, 모래와 강물은 더욱 차단될 것이고, 모래강 내성천은 옛모습을 급격히 잃어갈 것이다.

 

▲ 영주댐 담수 이후 간장국물로 변한 내성천 강물. 이런 물로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 내성천을 날고 있는 먹황새. 이것이 진짜 먹황새다.

 

그래서다.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전대미문의 목적으로 건설되는, 용도 없는 댐 영주댐을 폐기하고 내성천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이유 말이다. 2016년의 마지막 날 가짜와 진짜 먹황새를 내성천에서 동시에 만났다. 2017년에는 내성천에서 가짜는 가고, 진짜만 남기를 희망해본다. 본디 내성천은 영주댐이라는 가짜가 아닌, 진짜 먹황새의 서식처였으니 말이다.

비단 먹황새만이 아닐 것이다. 다른 수많은 멸종위기종 야생동물들에게 내성천은 어쩌면 마지막 남은 서식처다. 그 마지막 서식처가 파괴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생존할 공간이 없다.

“영주댐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라!”

내성천을 사랑하는 이들의 요구가 너무나 절실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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