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뻘뻘, 잡초 뽑고 물도 주고…허걱, 지금 물주면 안 되는 거였다고?
땀 뻘뻘, 잡초 뽑고 물도 주고…허걱, 지금 물주면 안 되는 거였다고?
  • 승인 2011.07.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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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이의 양평 산골에서의 텃밭 농사일 거들기 8회


아직 초여름인데 왜 이리 더운고…. 한여름엔 어떻게 살아야 될지 걱정이다. 양평에 가기위해 일찍 집으로 가는 길, 전철안 아무리 에어컨을 빵빵 틀어놓았어도 소용이 없다. 땀이 채 마르기도 전 집근처 전철역에 도착, 다시 마주치는 뜨거운 공기가 땀을 펑펑 흘리게 한다. 땀으로 샤워를 한 뒤 집에 들어오니 힘이 쭉 빠진다. 빵빵했던 풍선의 공기가 빠진 모습이랄까…. 얼른 이 끈적끈적하고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는 몸을 씻어야겠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막 태어난 아기같이 뽀송뽀송한 느낌이다. 몸은 돌아왔지만 힘은 남아있지 않다. 양평 갈 짐을 싸려니 한숨부터 나온다. 내가 운전하고 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자면서 갈 테지만 그래도 몸을 이동시킨다는 자체만으로도 힘이 빠진다. 겨우 힘을 내 가방을 채우고 침대에 몸을 뉘이던 찰나, 아빠가 왔다. 양평으로 출발한다는 신호와 같다. ‘아… 차에서 자야겠다. ㅠㅠ’





집 앞 마트를 나갈 때도 한껏 치장을 하고 가는 나. 오늘은 치장이고 뭐고 가서 그대로 잠들 수 있는 옷차림이다. 에어컨 빵빵한 차안 뒷좌석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있으니 굳이 눈 붙이지 않아도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온다.
눈을 떴다. ‘어라? 여기가 어디지? 매번 들르던 마트는 아닌 것 같고… 아, 양평역 앞이구나. 그런데 왜 여기 있지?’ 혼자 이렇게 생각을 하던 찰나 누군가 옆 좌석의 문을 연다. 사촌 준오 오빠다. 지난번에도 공부하느라 지쳐있는 오빠를 격려해주기 위해 아빠가 불렀는데 오늘도 역시나, 다.
그렇게 오빠를 태우고 마트에 잠시 들렀다가 산골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짐 나르기지만, 화단 관찰 작업부터 한다. 잡초도 무성하고….^^ 두 종류만 빼고는 아주 잘 자라고 있다. 특히 허브와 봉선화의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해지는 기분. 봉선화는 조만간 꽃을 틔워내 내 손톱을 알록달록 물들여줄 태세다.





아빠와 오빠, 내가 짐을 나르고 엄마는 집을 정리했다. 텃밭도 둘러봤다. 지난주 열무를 뽑아낸 뒤 얼갈이 배추씨를 뿌린 밭에는 벌써 싹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매주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먹어치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추들은 곧 나무라도 될 듯 커져있다.
엄마가 부른다. 청소할 시간인가 보다. ‘그래, 오는 동안 잤으니까 청소쯤이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다가 깜짝 놀라는 일이 벌어졌다. 집안에 들이닥친 불청객들 때문이다. 바로 개미떼. 시골이다 보니 어느 정도 있는 거야 이해를 하겠지만 이건 개미 소굴도 아니고 집안이 온통 개미 투성이다. 밟고, 손으로 때리고, 벌레퇴치용 전기봉까지 동원해 아무리 살상을 해도 끝이 없다. 참고로 말하자면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일요일까지도 몸에 개미가 붙어다녔다.^^;;





청소가 끝난 뒤 보쌈 식사 타임. 계속 내려올 때마다 텃밭의 쌈채소들 덕분에 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이번엔 오빠가 보쌈을 먹고 싶다고 했고 마트에서 보쌈용 고기를 사왔다.
그런데 이럴 수가! 삼겹살에 소금장이 있듯 보쌈엔 새우젓이 필수인데 새우젓이 없단다.ㅠㅠ 우리집 요리사 엄마는 약간은 미안한 얼굴로 쌈장에 방금 담근 무채 김치를 싸먹으라고 하지만 당기지 않는다. 얼마 먹지 못하고 젓가락을 내려놨다.==;
대충 배를 채우고 나니 밖은 어둑어둑해진 상태. 차 안에서 기절한 듯 잔 뒤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와 오늘도 어김없이 기타를 꺼내든 아빠의 노래 소리를 들으니 이상하게 잠이 솔솔 온다.
앗, 어느 덧 아침이다. 엄마가 깨운다. “다은아, 오늘 아침은 유명한 집에서 해장국 먹고 오자~.”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유명하다는 양평해장국 원조집인데 우리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단다. 그런데 난 해장국 별로올시다, 이다. 게다가 지금은 잠을 더 자야만 한다. “먹고 와. 나 안 먹어”라고 짧게 대답하고 다시 잠 속으로 풍덩∼.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서야 일어나는 내 모습을 본 아빠가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아빠, 아직 3시간은 더 잘 수 있어!’ 속으로 외친다.^^; 아빠와 엄마, 오빠는 밥만 먹고 온 게 아니라 전에 아빠가 산책하다가 보아둔 뽕나무에서 오디를 잔뜩 따왔다. 덕분에 모두들 손끝이 시뻘겋다. 아빠는 오디를 따면서 얼마나 먹었는지 얼굴까지도 시뻘겋다 못해 시꺼멓다. 아빠는 ‘엄청나게 맛있는 오디’라지만 내 입맛엔 그냥 설탕 덩어리 같이 단맛만 느껴졌을 뿐….
대충 라면으로 밥을 때우고 밖으로 나간다. 텃밭에서 땀을 흘리는 아빠를 도울 생각이다. 하지만 1분만 나가있어도 온몸이 익어버릴 듯한 더위에 줄줄 흘러내리는 땀. 다시 집으로 들어오고 만다. 소파에 앉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아빠와 오빠도 잠시 뒤 들어오고 만다. 그리고 이어진 낮잠시간. 아빠와 오빠는 소파에 누워 코를 골며 잔다. 엄마는 오빠가 가져갈 쌈 거리를 따서 챙겼다.





오후. 따가운 햇살이 따뜻한 햇살로 바뀔 즈음, 오빠가 가봐야 할 시간이란다. 엄마가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고 아빠도 따라 나섰다. 엉덩이가 무거운 나는 하루 종일 씻지도 않고 있던 터라 그냥 집을 지키기로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저녁에 내가 스파게티 만들 거니까 해물이랑 토마토소스 좀 사다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엄마, 아빠가 다녀올 동안 착한 일 좀 해볼까?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온다. 우선 내 화단의 잡초 뽑기 작업부터 들어갔다. 어차피 자라지 않는 두 종류의 화초를 심은 자리는 잡초조차 건들지 않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잡초를 뽑고, 물도 주었다.
해가 질 무렵 어차피 물을 줘야 될 텃밭도 아빠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내가 나섰다. 듬뿍 줘야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야채 한 종류 당 한통(물뿌리개)씩 주면 되겠지?’하고 낑낑거리며 거의 4번째 야채밭에까지 물을 주고 있는데 엄마, 아빠 도착.



아니 그런데 칭찬 좀 받을 줄 알았던 나의 노고들이 완전히 무산됐다. “어, 지금 물주면 안 되는데…”라는 아빠의 첫마디. 햇빛이 쨍쨍 비출 때 주면 물이 금세 마르면서 흙이 딱딱해져 식물의 성장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밭에 그늘이 드리워진 다음 줘야 된다는 것이다. 헐…;; 내 스스로를 격려하며 수고한 나의 몸을 소파에 눕힌다.
저녁시간이 됐다. 예전에도 한 번 했지만 오늘 한 번 더 내가 나섰다. 역시나 해물스파게티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실패다. 면을 삶을 때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짜게 돼버렸다. 엄마, 아빠, 나 모두 이 아까운 스파게티를 남기고 말았다.==;
해가 지고, 다시 개구리 소리가 쩌렁쩌렁 귓가를 울릴 무렵 아빠의 제안에 따라 소화도 시킬 겸 동네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산책길은 가로등이 없어 무척 어둡다. 논과 산 사이에 길이 나있기 때문에 개구리 소리가 아니면 조용하면서도 으스스하다.



그 때 컴컴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네 이웃. 얘기를 나눠보니 목공예를 하시는 분이란다. 아빠의 부탁으로 집을 구경하기로 했다. 어두컴컴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엄청나게 몇백년 됐음직한 느티나무 한그루가 서 있고 그 바로 옆에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나온다. 와∼ 그런데 집과 정원이 예술 그 자체다. 이전 이곳을 지나면서 밖에서 봤을 땐 아주 작은 시골집 정도로만 여겼는데, 막상 정원에 들어와 보니 작은 산이 뒷마당에 있고, 건물이 몇 채씩이나 있는데 벽면엔 담쟁이 넝쿨이 뒤덮여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역시 예술가답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예술가 아저씨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우리 가족에게 직접 만든 작품들도 보여 주셨다. 담쟁이 넝쿨에 둘러싸여있던 건물 안이다. 향긋한 나무냄새와 은은한 불빛이 작품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오래 머물진 못하고 아주머니가 타온 시원한 차 한 잔을 마신 뒤 잘 봤다는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아빠는 집에 돌아오는 길 “저 분과 꼭 친해져서 목공예를 좀 배워야겠다!”고 한다.(하하)





다음날 아침. 아빠가 새벽같이 깨운다. 아침 산책을 하자는 것이다. 싫은데, 싫은데 하면서도 부스스한 차림으로 나선다. 엄마는 전날 무리해서인지 잠에서 깨어나질 못한다. 할 수 없이 슬리퍼를 찍찍 끌고 아빠와 둘이서만 산책에 나섰다.
아빠의 산책코스는 너무 길다.ㅡㅡ;; 중노동에 가까운 산책길이다. 옆마을의 논두렁길을 걷는데 아빠는 중간 중간 멈춰서며 길옆 뽕나무에서 오디를 따더니 자꾸 나에게도 먹으라며 내민다. 간신히 몇 개만 먹고 나머지는 아빠의 입으로 골인! 산책 중간 밭에서 일을 하던 동네 아주머니들과도 얘기를 나누는 아빠. 어느 아주머니는 차를 타고 가다 세우고 아빠에게 아는 척을 하기도 한다. 하여간 오지랖 넓다는 엄마 말이 맞긴 맞다.
투덜투덜 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텃밭으로 직행한다. 곧 나무로 변할 것만 같은 상추, 치커리와 케일, 비타민채 등 몇 가지의 채소들을 잔뜩 뜯어 신문에 싼다. 내 가장 친한 친구 유진이와 가영이네 집에 가져다주기 위해서다.(채소들을 받아본 친구들 부모님께서 아주 좋아하셨다.^^) 이번에 내려와선 많은 일을 도왔으니 당당하게 먼저 올라가 친구들과 놀겠다고 했다. 상추를 짊어진 뒤 엄마차를 타고 양평역까지 갔다. 그리고 전철을 타고 서울로 고고!
가면 갈수록 양평에서 뒹굴 거리기만 하는 내 모습이 줄어들고 있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해 월요일이면 좀 피곤하다. 다음부턴 적절하게 쉬면서 일도 해야겠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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