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날씨, 전철안 구리구리한 땀 냄새…이럴 땐 떠나자, 산골 텃밭으로∼!!
푹푹 찌는 날씨, 전철안 구리구리한 땀 냄새…이럴 땐 떠나자, 산골 텃밭으로∼!!
  • 승인 2011.06.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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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이의 양평 산골에서의 텃밭 농사일 거들기 6회


금요일, 아침부터 분주하다.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요즘엔 밤 10시만 돼도 졸음이 쏟아져 전날 짐도 싸지 않은 채 잠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서 입는 옷이라고 해봤자 잠옷 한가지뿐이니 대충 편한 반팔 티에 반바지를 골라 넣고 눈에 보이는 로션 등 바를 거리와 문제집 등을 쓸어 넣는다. 어울리지 않게 깔끔한 걸 추구하는 나.^^ 오늘만은 거의 난장판 수준의 가방 속을 보고도 덤덤하게 넘어간다. 가방 속도 속이지만 지금은 출근이 늦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ㅜㅜ
항상 빨리 나가는 편이지만, 지금 출발해도 전혀 늦지 않았지만, 서둘러야 된다. 왜냐고? 그 이유는, 출근시간 이곳 회기역에서 인천행 1호선 전철을 타 본 사람만이 안다. 이건 뭐 거의 숨 막힐 정도의 압박을 감수해야 된다. 게다가 요즘엔 날씨까지 더워져서 에어컨이 안 틀어져 있기라도 하는 날이면 구리구리한 ‘아저씨표 땀냄새’는 물론이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숨쉬기조차 버겁다.





힘든 출근길을 겨우겨우 버텨내며 회사에 도착. 오늘은 회사 선배님들 옷차림이 가볍다. 왜냐하면 우리 <위클리서울> 전 직원이 엠티(MT)를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산골 집이 있는 양평으로 말이다. 오전까지 모든 기사마감을 끝내고 점심시간 즈음 회사를 나서기로 했다. 차편은 여행 기분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전철과 달리 기차는 30분이면 양평역에 도착한다. 여행 기분도 느낄 겸 일부러 기차를 타기로 했단다. 아참, 나는 빼고.^^ 집에 있는 엄마와 같이 우리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선배들은 아빠와 함께 기차로 이동!
엄마와 먼저 가서 대충 집안정리를 해놓기 위해 먼저 일찍 신문사를 나왔다. 도착한 집에선 엄마가 떠날 준비를 하느라 한참 분주하다.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는 엄마의 손놀림과 쿵쾅쿵쾅 돌아다니는 발소리가 화려하다. 그렇게 엄마도 짐을 다 싸고 점심은 간단히 라면으로…. 집 정리를 대충 마치고 잽싸게 출발.






햇살이 너무 따갑다. 잠이 몰려온다. 엄마 혼자 운전하려면 심심할 텐데…하지만 어쩔 수 없다. 혼자 운전하는 엄마를 뒤로 한 채 잠 속으로 풍덩∼.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했나보다. 깨우는 엄마 목소리에 눈을 뜬다. 항상 양평 집 가기 전 들르는 마트 앞이다. 아빠 그리고 회사 선배님들과 여기서 만나 먹을거리를 사기로 했단다.
먼저 마트에 들어가 이것저것 둘러보고 있는데 아빠와 선배님들이 도착했다. 저녁엔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다. 잘 자라난 텃밭의 상추와 다른 여러 가지 채소들이 어서 쌈 싸 먹어줄 날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약은 물론 비료조차도 치지 않은 천연 유기농 야채들이다.
최근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소고기를 샀다. 그것만으론 부족할 것 같아 삼겹살도 조금 산다. 선배님들은 이미 청량리역의 한 마트에서 오리불고기까지 샀다고 했다. 소고기에 삼겹살, 오리고기까지…. 이쯤 되면 완전히 고기만찬이다. 어른들 술과 음료수, 간식도 산다. 박스 4∼5개에 담아 차에 실었다. 엄청난 양이다.





아빠와 남자 선배님들은 걸어서 오기로 하고 엄마와 나, 편집팀장님과 함께 차를 타고 먼저 양평 집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뒤엔 여자 셋이서 엄청난 양의 짐을 옮겨야 했다. 그러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내 화단. 와~정말 많이 자랐구나. 그런데 일부는 지난 주 그대로인 것 같다. 잡초인지 새싹인지조차 구별을 못하겠다. 우선은 놔두고 본다. 엄마를 도와 팀장님과 함께 짐을 정리하고 청소도 했다.
걸레질까지 마치고 나니 걸어오는 팀이 도착했다. 모두들 텃밭과 집 주변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소쿠리를 들고 텃밭으로 나갔다. 고기를 싸먹으려면 상추 등 야채를 뜯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로 잎이 큼지막한 것 위주로 상추 사냥에 나섰다. 꽤 큰 소쿠리를 가득 채웠는데도 텃밭에 남은 상추들은 뜯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상추 말고도 같이 싸먹을 수 있는 쌈거리를 뜯기로 했다. 엄마가 좋아해 심은 케일. 그런데 응…이상하다? 이파리 상태들이 말이 아니다. 워낙 달달한 맛이 나는 케일은 벌레들에게도 인기가 좋은가 보다. 욕심 많은 벌레들이 떼거리로 달라붙어 갉아먹어 정상적인 상태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그나마 깨끗한 것을 골라 뜯어보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벌레들이 이파리 뒷면에 다닥다닥 붙어 나를 놀라게 했다. 케일은 어느 정도 딴 다음 포기. 쑥갓에 치커리, 비타민채, 들깻잎 등도 딴다. 그렇게 몇 분 쭈그리고 앉아있었더니 소쿠리가 넘치려고 한다. 씻는 일은 팀장님이 맡았다. 마당의 수돗가에서 깨끗이 씻는다.





그동안 내 화단이나 둘러볼까?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꽂아놓은 꽃씨 봉투의 사진에 있는 것과 모양이 비슷한 것들을 빼곤 모두 잡초일 것이라 생각, 과감히 뽑아내버린다. 혹시나 뽑아낸 것들 중에 새싹이 섞여있을 지도 모르지만 뭐 괜찮다. 아까도 말했듯이 난 깔끔한 걸 추구하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식사 준비가 다 됐다. 오늘은 특별히 사람도 많고, 날도 좋으니 마당 잔디밭에 커다란 돗자리를 펴고 먹기로 했다. 상을 펴고 휴대용 가스렌지에 불을 켠다. 그 위에 올려지는 고기, 고기들. 고소한 고기 냄새가 사방에 퍼져나간다. 그런데 앗, 이런! 하필 이럴 때…. 갑자기 몰려온 편두통이 이 몸을 괴롭힌다. 방으로 들어가 잠깐 뻗어있던 나를 깨우는 엄마. “니가 좋아하는 소고기 다 먹어버린다~.” 절대 안 될 일. 냉큼 일어나 다시 마당으로 나간다.





이웃집 할머니네 강아지도 냄새를 맡고 찾아왔다. 작고 귀엽지만 씻겨주질 않아서인지 꾀죄죄한 모습이다. 강아지를 뒤로 한 채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방금 딴 상추와 야채들이 더할 나위 없이 싱싱하다. 고기와 찰떡궁합이랄까? 텃밭의 위력이랄까? 모든 사람들 신이 났다. 손과 입이 멈추질 않는다. 너무 좋다, 너무 좋다 소리가 연이어 터진다.
식사가 끝난 뒤엔 어른들의 즐거운(?) 술판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오늘만은 내 방을 선배님들께 내어드려야 했다.ㅠㅠ 안방에서 책을 보다 보니 거실에선 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번 갖다놓은 것이다. 기타 소리에 맞춰 노래 소리도 울려퍼진다. 오늘의 기타 연주자는 아빠다. 결코 평화롭지 못한 자장가를 들으며 어느덧 잠속으로 풍덩. 역시 자장가보단 책이 한몫을 해준 것일 게다.





다음날. 꼴찌로 일어나 이미 차려진 밥상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밥을 먹은 뒤 선배님들은 아빠와 함께 창고에 있던 쇠로 된 평상을 텃밭 옆자리로 옮기느라 분주하다. 텃밭 가꾸는 일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을 먹고 한참을 뭉기적거리다 보니 선배님들이 올라가실 시간이란다. 엄마가 양평역까지 태워다 드리기로 한다. 선배님들이 떠난 뒤 텃밭에 나가 아빠가 잡초를 뽑는 동안 사진을 찍었다. 자세히 보니 일주일 사이에 열무는 이미 다 자란 듯 하고, 구석에 심어놓은 옥수수 싹도 꽤 컸다. 아참, 감자도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시들시들하던 참외가 하나씩 죽어나가고 있고(다섯 그루를 심었는데 두 그루가 죽고 세 그루만 남았다. 이 역시 시들시들하다.), 모종 심은 지 2주가 지난 고구마 줄기도 아직까지 힘이 없다는 것이다. 고구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인데 빨리 살아나 씩씩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ㅜㅜ







집안에 들어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들을 보기 시작한다. 토요일엔 내가 좋아하는 프로를 많이 한다. 음악프로, ‘우리 결혼했어요’, 또 요즘 한창 재미 들린 ‘무한도전’까지 말이다. 거의 밤 8시까지 푹~ 빠져서 본다. 그렇게 이틀째의 해도 저물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 으∼.
마지막 날. 아빠는 역시나 일찍 일어났다. 나는 역시나 식사시간이 다돼서야 일어났다. 밥을 먹은 뒤 양평에 내려와 손도 대지 않은 머리를 감고 샤워도 한다. 개운하다. 서울에 올라갈 준비를 하는 셈이다. 항상 이 시간이 좋다. 점심땐 혼자 비빔국수를 만들어먹었다. 이런 내 실력을 아빠와 엄마는 인정하지 않는다.ㅜㅜ 밥도 먹고, 정리도 하고 서울로 출발∼!하려는데 누군가 보이질 않는다. 아빠다. 그새를 못 참고 이웃 할머니 댁에 온 손님들이 ‘자꾸 불러’(아빠의 주장) 한잔 하고 계시다는 것이다. 수차례 전화를 걸어 재촉하고 난 뒤에야 겨우겨우 아빠를 불러낼 수 있었다. 나의 투덜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에 시동이 걸렸다.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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