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연상케 하는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 저것들을 그냥∼
오케스트라 연상케 하는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 저것들을 그냥∼
  • 승인 2011.06.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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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이의 양평 산골에서의 텃밭 농사일 거들기 5회
금요일 오후, 가방이 가볍다. 이번엔 2박3일이 아닌 1박2일 일정이다. 일요일, 엄마와 아빠가 따로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비가 내리는데다 날씨까지 후덥지근하다 보니 피로가 몰려온다. 짐을 들고 차에 오른다. 오늘은 일찌감치 잠을 청하기로 한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엄마, 아빠의 깨우는 소리가 귀청을 자극한다. 차가 막히지 않아 금세 도착한 모양이다. 양평읍. 항상 들르는 마트에 간다. 저녁거리와 막걸리, 간식 등을 산다. 엄마와 내가 물건을 사는 사이 아빠는 몸이 좋지 않다며 바람도 쐴 겸 먼저 걸어가고 있겠다고 했다. 비가 내린 뒤여서인지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젖은 땅에선 풋풋한 흙냄새가 올라온다. 장 본 것들을 차에 실고 출발. 먼저 걸어간 아빠를 위해 차는 산보를 하듯 천천히 움직인다. 논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터덜터덜 걷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아빠다. 차를 세우니 그냥 집까지 걷겠다며 먼저 가란다. 양평읍내에서 산골 집까지는 걸어서 약 30∼40분 거리. 워낙 걷는 걸 좋아하는 아빠인지라 엄마와 둘이서 부르릉∼.
산골 집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바로 내 화단 확인 작업부터 들어갔다. 우와~ 눈에 띌 정도로 싹들이 많이 자랐다.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많이 자라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꼼꼼히 새싹들을 확인했다. 봉선화는 벌써 커다란 잎을 자랑하고 있고, 접시꽃은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다. 허브 세 송이는 퍼질 대로 퍼져 분갈이를 해줘야 할 모양이다. 

 



화단 관찰이 끝난 뒤 차에 실렸던 짐을 집안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평소였으면 우리 가족 중 유일한 남자인 아빠가 했을 테지만 아빠가 걸어오는 중이라 내가 대신했다. 키는 작아도 힘은 센지라^^ 내 몸보다 큰 짐도 번쩍번쩍 들어 옮겼다. 그리곤 엄마가 텃밭을 둘러보러 나간 사이 집안 청소를 했다. 일주일 동안 쌓였을 먼지들을 청소기로 싹 빨아들이고 나니 엄마가 들어온다. 엄마가 마무리로 걸레질을 하는 동안 텔레비전을 본다.
오늘 저녁엔 냉면이 먹고 싶다. 마트에서 사온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냉면을 끓였다. 도착한 아빠는 텃밭을 확인한 뒤 바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몸이 좋지 않아 저녁 생각도 없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먹고 있던 시원한 냉면을 건넨다. 그냥 넘어갈 아빠가 아니지, 역시나 한입 덥석 드신다.
저녁을 다 먹고 나니 밖은 컴컴하다. 슬슬 개구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집앞에 물이 가득한 논들이 있다. 얼마 전 이앙기를 이용해 모를 심었다. 그곳에 개구리 군단이 살고 있나보다. 밤만 되면 잠자기 힘들 정도로 요란한 소리로 울어댄다. 요란하다 못해 우렁차다.





문득 울고 있을 개구리의 모양을 상상하다 보니 몸서리가 처진다. 별로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밤에는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말아야겠다.^^;
아빠 얘기로는 이곳은 대부분이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기 때문에 개구리와 뱀 등이 많단다. 논에선 우렁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해엔 도로를 걷다가 몇 번 지나가는 뱀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던 적도 있다.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잠시 한숨을 돌린다. 엄마는 새로 장만한 손전화 기능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다. 아빠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 반쯤 감긴 눈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내 방에 들어가 이불을 편다. 스마트폰을 켜고 독서에 들어간다. 만화다.^^ 개구리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더 요란해지는 느낌이다. 소리도 오케스트라처럼 아주 다양하게 들린다. 문득 조용해졌다가는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어느새 떼거리로 한꺼번에 울어대는 일을 반복한다. 아빠 얘기로는 두꺼비와 맹꽁이 소리도 섞여 들린다고 했다. 차츰 소리에 익숙해졌다. 개구리 소리를 수면제 삼아 어느새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밥 먹으라고 깨우는 개구리소리보다 더 시끄러운 아빠 목소리에 일어난다. 아침마다 눈부신 햇빛 때문에 숙면에 방해를 받는 일이 많아 얼마 전 창문에 커튼을 달았다. 한결 낫다. 아빠는 밤사이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새벽에 일어나 뒷산을 한 바퀴 돌았고 텃밭일도 했단다. 좀 더 자고 싶지만 밥을 먹기 위해 일어난다. 부스스한 상태로 식탁에 앉는다. 텃밭에서 금방 따와 바로 무쳐낸 시금치, 쑥갓, 돌나물, 돌미나리 등에 여린 두릅나무순과 들깻잎 튀김 등등 역시나 풀투성이다. 처음 먹어보는 들깻잎 튀김은 고소하니 아주 맛이 있다. 양평에만 오면 풀이 식탁을 메우는 ‘웰빙 식탁’(아빠, 엄마의 주장)이 차려진다. 아침은 많이 먹지 않는 편이어서 반찬투정은 하지 않는다.





아빠랑 엄마는 혼자 사시는 이웃 할머니네 쌀이 떨어졌다고 해 읍내에 쌀을 사러 나갔다. 그동안 밭을 둘러본다. 감자도 몰라볼 정도로 자랐고, 벌써 몇번씩이나 솎아줬던 열무도 잔뜩 자라있다. 또 속아줘야 될 것 같다. 속아낸 열무는 엄마표 열무김치로 재탄생될 것이다. 딸기는 붉게 익었다. 아직 먹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빨리 키워서 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밭 가장자리에 빙 돌아가며 씨를 심어놓았던 찰옥수수도 싹을 틔운 뒤 부쩍부쩍 키를 키우고 있다. 유별나게 옥수수를 좋아하는 나. 올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공짜로 배불리 먹게 될 옥수수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이것저것 따먹는 재미에 푸욱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땐 내가 먼저 나서서 양평에 내려오자고 하지 않을까…?





엄마, 아빠가 돌아온 뒤 점심은 라면으로 때웠다. 소화도 시킬 겸 아빠와 다시 밭으로 나갔다. 오이와 토마토, 가지나무 등 위에 열매가 달리는 식물들의 지지대를 세워주워야 한다. 자칫 바람이라도 불면 꺾여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뒷산에서 주워다 놓은 나뭇가지들을 톱으로 자르기 시작했다. 아빠가 시범을 보이고 의욕이 생긴 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힘을 주지 않고 쓱싹쓱싹…뚝!! 성공했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팔이 아프고 온몸에 땀이 흘렀다. 그래도 재밌어서 아빠와 번갈아가며 톱질을 했다.
이젠 망치질에 들어갈 차례. 오이의 지지대를 세우는 작업은 마치 집을 짓는 것 같은(?) 힘든 과정이 요구된다. 줄기차게 뻗는 줄기가 제대로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하려면 꽤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아빠는 산에서 주워온 나무들 중 길이가 긴 것들만 골라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나무가 너무 길어 직접 망치질이 힘들다보니 땅을 파서 지지대의 아랫부분을 묻어줘야 한단다. 그 다음 나무를 삼각형 모양으로 얼기설기 세워 묶어주면 된다. 가시가 달린 두릅나무 사이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상당히 힘이 들었다. 나무는 산에서 가져온 칡넝쿨을 이용해 묶어주는 센스! 한참 뒤 간신히 삼각형 텐트 모양의 지지대가 완성됐다.
가지와 토마토는 비교적 작업이 쉬웠다. 슬슬 꽃을 피워내며 자라는 각각의 모종  바로 옆에 크기를 맞춰 잘라놓은 지지대를 곧게 세운 뒤 망치를 이용, 땅속 깊숙이 박는 작업이다.





내가 하겠다며 선뜻 나섰더니 “넌 키가 작아서 힘들지 않겠느냐”는 아빠의 말. “뭐라? 내 키가 작다고?” 울컥해서 냅다 망치를 뺏어들었다. 하지만 역시 손이 닿지 않는 이 신체구조의 한계.;; 결국 아빠가 망치질을 어느 정도 해놓은 다음, 적당한 높이가 되면 그때부터 내가 나서야 했다. 자칫하면 지지대를 잡고 있는 손에 망치질을 할 수도 있어 심혈을 기울이며(?) 했다.
단단하게 박은 지지대에 끈을 이용, 연약한 모종들을 묶어주는 걸로 작업이 다 끝났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이제 웬만한 태풍이 불어와도 쉽게 꺾이지 않고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으쓱해지는 기분.
뿌듯한 저녁식사가 끝나고 아쉽지만 조금 뒤면 서울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다른 때보다 하루 일찍 올라가려니 다소 이상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할 건 다 한 뒤여서 기분은 홀가분하다. 밭일을 열심히 한 아빠는 소파에 앉은 채 잠시 꿈나라 여행을 하고, 정작 운전을 해야 되는 엄마는 잠을 자는데 실패. 내가 좋아하는 프로 ‘무한도전’을 보며 너무 시끄럽게 웃은 탓이다. “잠은 다 잤다…” 엄마의 한숨소리.
아빠를 깨우고 엄마는 운전을 하며 졸지 않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난 아빠와 함께 짐을 옮긴다. 밖은 이미 껌껌해졌다. 역시 전날 저녁처럼 개구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덜컥 겁이 난다. ‘아차, 밤에 밖에 나오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혹시라도 개구리를 만나면 어쩌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말이다.
마당을 오가다 보니 전에 잔디 씨를 뿌린 곳에서 싹이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빈 곳을 완벽히 채운 건 아니지만 다음 주면 조금 더 완벽해질 것 같다. 가기 전에 화단도 한 번 더 돌아봐준다. 허브들도 만져주고. 하~향긋하다. 그런데 허브 세 개를 한꺼번에 만지니 윽 이게 무슨 냄새. 부작용이다.^^;



짐을 다 옮긴 뒤 화단 그리고 시끄럽고 두려운 개구리들과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른다. 깜깜한데다 낮 동안 한 일도 많아 잠이 솔솔 몰려온다. 모두 내 차지인 뒷좌석에 다리를 쭉 뻗고 이어폰을 꽂은 채 달콤한 꿈나라로 빠져든다.
다음 주 화단의 모든 싹들이 더 무성하게 자라고, 옥수수도 좀 더 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참, 다음 주엔 신문사 식구들이 이곳으로 단체 MT를 오기로 했는데….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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