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만신창이 서울 교육, 그래도 버티는 교육감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경험했던 40~50대 이상 학부모들은 ‘선생님 그림자도 밟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가슴에 담으며 삶을 살아왔다. 교육자에 대한 존경과 예의 때문이다. 사회가 타락해도 마음속 선생님, 교육자의 자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 자신에게 영향을 줬던 선생님들은 어느새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학부모가 된 나이 많은 제자에게 여전히 그 옛날 선생님들이다. 40~50대들은 70년대, 80년대, 90년대 험난한 세월을 이겨내며 지금의 학부모가 됐다.

우리 아이 교육만큼은 챙기겠다는 일념으로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다. 수입의 상당액을 아이 학원비와 과외비, 등록금에 쏟아붓고 있지만 학교 가고 싶어서, 공부하고 싶어서 남몰래 눈물을 흘렸던 자신들의 과거를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다.

교육자가 존경받는 세상이 중요한 이유

교육이 바른길로 가야 하고, 교육자들이 존경받는 세상이 돼야 하는 것은 아이들은 물론 생활의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수많은 학부모에게 최소한의 예의이다. 일선 교육 현장을 지키는 선생님, 교장·교감 선생님,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교육자들은 자신들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 깨달으며 겸손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2008년 7월 서울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겠다고 시민들에게 표를 호소하던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억대 차명계좌를 재산 신고 때 빠뜨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공정택 서울 교육감에게 법원이 지난 10일 교육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의 1심 판결이 확정되면 공정택 교육감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서울 교육을 책임진다던 교육자가 임기 1년도 안 돼 부패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날 상황에 놓였다. 물론 공정택 교육감이 고등법원과 대법원 판결까지 몰고 간다면 법원의 최종 판단 시점은 늦춰진다.

공정택, 법원 판결로 서울시 교육감직 상실 위기

그러나 공 교육감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은 교육자 자격에 대한 근본적 물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경북도 교육감과 충남 도교육감은 금품수수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를 당하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공 교육감은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았고, 1심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을 받았지만 자진해서 물러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공 교육감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을까.

그는 사교육 업체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았다. 현직 교장과 교감들도 그에게 돈을 줬다. 학교급식업체로부터도 돈을 받았다. 서울 교육감에 당선되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법원은 차명 계좌를 재산신고 때 빠뜨린 혐의를 문제로 삼았지만 공 교육감의 다른 행위들도 교육자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만신창이 서울교육…"반성 기미 보이지 않고 민의 들으려 하지 않아" 

  
 ▲ 한국일보 2008년 11월25일자 사설. 
 
공 교육감이 이끌었던 지난 1년 서울 교육은 ‘만신창이’와 다름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극우 보수인사들에게 서울시내 고교생을 상대로 한 ‘현대사 특강’을 맡겼다. 학생들에게 ‘뉴라이트 이념’을 주입하려는 황당한 시도는 현실이 됐다.

초등학생들까지 입시 지옥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던 국제중학교 강행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공 교육감은 당시 비판 여론에 귀를 기울였을까. 한국일보 2008년 11월25일자 사설을 보자.

한국일보는 <독선과 편향 심각한 공정택 교육행정>이라는 사설에서 “이념적 편식이 지나치다. 도덕성에도 문제가 많다. 학원·급식업자의 돈을 거침없이 받아썼다. 그런데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으며 민의는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시교육위원회는 물론 국회조차 안중에 없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을 두고 하는 말”이라며 “제멋대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이런 인사가 7만 명의 교직공무원에 대한 인사권과 6조 원이 넘는 예산의 집행권을 갖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리틀 MB'로 불린 공정택, 이명박 대통령과 교육철학 닮은꼴

‘교육대통령’으로도 불리는 인물이 주요 언론으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어색한 일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공정택 교육감은 서울 교육감 선거 이전부터 ‘리틀 MB'로 불렸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서울교육감을 닮은꼴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두 사람은 교육 철학에서 방향을 같이 한다. 한겨레는 지난해 7월11일자 <서울교육감 선거는 ‘리틀 이명박’ 심판이다>라는 사설에서 “(공정택 교육감은) ‘리틀 이명박'이라 불릴 정도로 교육의 시장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학교의 학원화 조처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그는 일제고사 부활, 0교시 수업 및 야간 자율학습 부활, 우열반 편성 등을 공언했다. 학원의 심야교습 시간을 연장하고, 방과후 학교를 학원에 개방하며, 영어 몰입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설학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공정택, 교육자로서 마지막 양심 지킬까

이명박 대통령은 공 교육감을 ‘리틀 MB'로 부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언론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을 보면 불쾌한 기분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택 후보가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하자 이 대통령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서울 교육감 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7월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정택 후보 승리로 끝난 선거 결과를 화제에 올리면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당 추천을 받지도 않았고 청와대가 추천한 인물도 아닌 공 교육감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한 이 대통령의 반응은 어떻게 봐야 할까. ‘리틀 MB'로 불렸던 인물이 교육자의 자질을 의심받는 현재 상황을 청와대가 어떻게 보고 있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공 교육감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금품수수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다른 교육감들처럼 자진해서 사퇴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교육자로서 마지막 양심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공 교육감은 그런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인물일까.

* 이 기사는 본사와 '미디어오늘'의 기사제휴에 따른 사항에 준해 게재하고 있으며 기사를 포함한 사진의 저작권은 '미디어오늘'에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