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직장?"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신이 내린 직장?"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 승인 2007.07.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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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무성한 가운데 발표된 국책은행 개편안 비난 쇄도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등 그동안 논란이 무성했던 국책은행들에 대한 개편안이 지난 6일 발표되면서 `군살 빼기` `효율적 기능 조정` 등 당초의 문제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년여 동안의 연구와 논의 기간을 거쳐 내놓은 방안이 현상유지 쪽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업무를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합쳐 대형 투자은행(인수합병, 기업공개 업무 등을 주로 하는 증권사)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투자은행을 민영화하지 않고 여전히 산은 산하의 자회사로 두겠다는 뜻을 밝혀 민간 금융에서의 관(官) 역할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우증권과 산은의 투자은행 기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조직의 경직성, 안정성 추구 같은 공기업의 한계가 나타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이 `현상유지`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
민간 금융과 겹쳐 비판을 받고 있는 산은의 IB 업무를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전에 대우증권에 넘기고, 국내 IB 업계를 선도하는 증권사로 키울 계획이다. 대우증권 매각 여부는 2009년 자통법 시행 이후 4, 5년 뒤까지 판단을 유보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싱가포르개발은행그룹(DBSH)처럼 금융지주회사 전환 후 민영화를 통해 아시아의 IB 강자로 커간다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산은 관계자는 "민영화됐을 때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며 "진정한 IB 발전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을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는 절차는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선 산은과 대우증권의 시장 마찰(업무 충돌)을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산은은 3~5년간 `단기 수도권 담보대출` 등의 업무를 축소하거나 자회사에 이관하기로 했다. 산은 고유의 정책금융 업무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자본부를 신설하고, 조직 및 인력 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
2단계에선 산은의 IB 업무를 대우증권으로 이관한다.
재경부는 대우증권에 넘겨줄 산은의 IB 업무를  우량 회사채 주선  M&A  사모투자펀드(PEF)  주식파생상품 등으로 열거했다.
재경부는 3단계에서 대우증권에 대한 민간투자 확대 또는 대우증권의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때 대우증권의 투자은행 역량 제고 등을 종합 판단하기로 했다.
재경부는 감사원이 요구한 산은캐피탈과 산은자산운용에 대해서도 매각 불가 방침을 정했다.
이 두 회사 중 산은자산운용은 나중에 대우증권으로 흡수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는 "산은이 대우증권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것을 막고 자회사와 관련된 주요 정책은 자회사경영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외부전문가, 산은 부총재, 사외이사, 자회사 최고경영자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에 상세 추진 일정은 빠져 있다.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타 부처 장 차관들은 1단계에서 시장 마찰 해소 기간 3~5년이 너무 길고, 3단계에서 민간투자가 확대되는 시기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차관보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됐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8월 중순까지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개편 방안, 감사원 지적과는 동떨어져

기업은행의 민영화도 중장기 계획으로 남겨졌다. 중소기업 정책금융 기능이 아직 긴요한 만큼 시장 여건을 봐가며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오히려 대외정책금융을 적극 수행하기 위한 전문조직과 인력 등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재정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개편 방안은 그간 감사원의 지적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 의식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필요성은 2005년 말부터 국회와 언론을 통해 불거져 나왔다.
이후 각 국책은행은 지난해 3월 금융연구원에 외부용역을 맡겼고, 정부는 8월부터 외부용역 결과에 대한 의견 청취를 위해 정부, 학계, 금융계와 기업 대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감사원이 대우증권 등 산업은행 자회사 5개를 모두 매각하라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무려 16개월 동안 국책은행 개편 방안이 공식적으로 연구ㆍ검토돼 왔지만 최종 결과물은 금융권이 예상한 대로 나왔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가장 민감한 부분인 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정부가 역시 밥그릇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시장 반응도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예전에 논의됐던 것과 큰 차이가 없고 대우증권의 급격한 매각도 없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정책금융 기능이 산은으로 이관될 예정이지만 이미 중소기업 금융은 상업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산업은행의 IB 업무를 대우증권에 이관한다고 하지만 이후에도 시장과 마찰에 따른 논란은 적지않을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매각되지 않는다면 결국 현 체제와 마찬가지인 공기업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며 "시장과 마찰은 앞으로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모든 국책은행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마련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단적인 예가 업무영역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산은과 수은의 역할 조정이다. 개편안은 "일률적으로 규정할 경우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효율적 대응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수은은 보다 정책적 조건에서, 산은은 보다 상업적 조건으로 지원한다"는 모호한 원칙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개편안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해당 국책은행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산은 관계자는 "예상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고 했고, 수은측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은도 "정부가 민영화의 큰 밑그림을 그려준 데 환영한다"고 했다.
개편안이 모든 국책은행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마련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강성훈 기자 ksh12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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