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IN이슈=지용진] 팝 특히 락의 역사로 봤을 때 영화 슈가맨의 주인공 로드리게즈는 블루스 스타일을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가사로 소화하는 잊혀진 라틴계 가수다.

락의 전성기 시절인 70년대 초 그도 앨범을 냈으나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다. 미국에서 사라진 그의 노래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저항가요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현지인들의 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가 아직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막노동자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그의 공연이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되는 조금은 동화적 얘기다.

잊혀진 전설의 귀환을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아메리칸 판 ‘인생극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로드리게즈가 40년을 넘게 산 디트로이트가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 또한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한가지 그의 남아프리카 방송국 인터뷰 장면에서 흑인 여성 앵커가 등장하는 것 말고는 그에게 허락된 공연에서 흑인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이색적이다. 서슬 퍼렇던 ‘아파르트 헤이트’의 시절도 아닐 텐데 하는 의구심이다.

백인들 특히 네델란드 백인 사회에서 널리 들려 듣던 그의 음악에 대한 한계 등도 보았다면 무리일까. 여러 해석에 앞서 한 뮤지션의 과거를 추적하며 현재하는 귀환의 영광까지는 뭔가 짜릿한 감동 하나는 느껴진다.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게 된 배경 또한 흥미롭다.

영화는 로드리게즈의 잊혀진 삶에 대해서도 조명을 하는데 막노동꾼으로 검소하고 사회참여적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대로 삶을 살았다는 의미를 전하는 듯싶다.

영화의 주인공 로드리게즈는 라틴 뮤지션이었다. 팝의 역사 특히 70년대 초를 훑어보면 라틴계 뮤지션의 성공 사례가 없었다. 그도 이의 연장선이었는지 모른다.

이민자의 나라지만 아메리칸과 구별되는 제3의 스트랜저(stranger)에 대한 홀대 등도 있다. 그런 면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역수입된 그의 음악은 아이러니다.

로드리게즈는 199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역사적인 콘서트를 갖는다. 그의 사랑스런 딸들과 함께다.

잊혀진 시간 잊혀진 인생이 다시 현재하는 뮤지션으로 탄생한다. 우리네 인생에도 한 번 기대해봄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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