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유종성 가천대학교 정책학 교수(불평등과 사회정책연구소 소장)

[광교신문] 이재명 지사가 전국민 연 100만원, 19세-29세 청년 연 200만원의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한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경쟁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지사는 꼭 실행할 수 있는 금액만을 공약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아동 노인 장애인 농어민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기본소득은 향후 각 부문별 공약에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재원 마련은 재정지출구조의 개혁(25조원), 조세감면의 부분적 정비(25조원), 기본소득 토지세(30-50조원), 기본소득 탄소세(30-60조원) 등을 들었다.

경쟁자들이 이지사의 공약에 대해 ‘푼돈 기본소득’ 또는 ‘외식수당’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데서부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 그리고 증세에 대한 비판 등을 늘어놓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비판이 오해와 편견에 기초한 정치적 공격일 따름이다. 이지사의 정책은 비록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21세기 사회보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는 기본소득을 선도적으로 도입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은 시장친화적인 분배정책이자 성장정책이다. 우선 기본소득은 복지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해소한다. 한국의 복지지출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그대로다. 사회적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불안정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다수가 고용보험이나 공적연금에서 배제되어 있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급여와 달리 일을 해서 소득을 올려도 수급액이 깎이거나 수급자격을 잃지 않으므로 근로의욕을 해치지 않고 자립, 자활을 도와준다. 가사 및 돌봄노동과 자원봉사 등 무급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의 성격도 지닌다. 또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골목상권을 활성화하여 균형있는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재명은 역대 대선 후보 중에 증세를 공약한 최초의 후보인 것 같다. 과거 여야 후보들이 무책임하게도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약속해왔던 것과 달리 용감하게도 기본소득 도입과 증세를 함께 내걸었다. 따라서 이재명의 기본소득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그릇된 비판이다. 재정절감과 증세를 통해 마련되는 재원의 범위 내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니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평가해야 한다. 더구나, 그가 선택한 증세는 기본소득 도입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세금들이다. 즉, 기본소득 탄소세와 기본소득 토지세는 시장실패를 교정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성장정책이자 불평등을 완화하는 분배정책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창의적인 정책이다.

탄소세는 비효율적인 명령.통제형 규제와 달리 탄소배출의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로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교정과세로서 효과적이고 시장친화적인 정책이다. EU와 미국이 조만간 탄소국경세를 발효하면 탄소세 도입 없이 안이한 대처로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막히게 된다. 다만, 탄소배출 기업들이 조세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에너지 가격 등의 인상으로 저소득층과 중간층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탄소세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국민에게 동등 분배하는 탄소배당 기본소득은 이러한 가계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아 소득재분배 효과까지 거둘 수가 있다.

토지보유세도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이 경제적 효율성을 해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광의의 교정과세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이 수용하기 어려운 핀셋규제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풍선효과로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해 규제하는 것이 어렵지만, 보편적인 토지보유세는 토지 보유가 많을수록 부담이 커져 자동적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 불로소득 환수 및 지가 안정의 효과를 낳는다. 더구나, 토지배당 기본소득으로 무주택자는 물론 다수의 1주택 서민과 중간층까지 보유세 부담보다 받는 게 더 많고 소수의 땅부자만 순부담자가 되어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지니게 된다.

종부세는 대상자가 협소하여 토지보유세의 의미보다는 부유세의 의미가 더 강하다. 소수의 부동산 부자만 과세하는 종부세로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가격 안정의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종부세 부담보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더 큰 상황에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고, 땅부자들은 정책이 바뀔 때까지 버티기 때문이다. 또한 징벌적 과세라고 조세저항을 한다. 보편적인 토지보유세를 가령 공시지가의 0.5%에서 1.5% 정도의 완만한 누진세로 도입하면, 조세저항의 명분도 없고 전체 지가가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토지에 대해서 건물보다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임대료 전가의 부작용도 없다. 토지보유세는 토지의 실질 수익률을 그만큼 감소시켜 지가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무주택 서민들은 토지배당의 직접적 혜택보다 지가안정으로 내 집 마련이 쉬워지는 간접적 혜택이 훨씬 더 클 것이다.

탄소세나 보편적인 토지보유세 도입은 공정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역대 정부들이 조세저항을 두려워해 도입하지 못했다. 세수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기본소득 정책과 결합할 때 조세저항을 극복하고 불평등 완화의 재분배효과까지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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