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기자 등 언론사에 비리가 터져도 잘 보도하지 않는다. 서로 암묵적으로 봐주는 경향이 있어서다. 조선일보와 TV조선에는 이동훈·엄성섭 금품수수 입건 관련 기사를 볼 수 없다. 자기네 출신이거나 식구들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관심도만 놓고 따져봐도 작은 기사가 아니다. 반드시 한 줄 이상은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그럼에도 두 매체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기꾼 수산업자 게이트를 ‘조선일보 게이트’라고도 한다. 핵심 인물인 송모씨를 포함 이동훈 엄성섭이 조선일보와 관련이 있는 까닭이다. 송씨는 여러 정치인과 박영수 특검 등을 수산업자 김모씨에게 소개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줄줄이 사기꾼에게 엮였다. 송씨는 월간조선 출신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언론인 3명은 모두 조선일보 그룹에 몸담은 적이 있거나 현재도 근무 중이다.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6월 29일부터 지금까지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동훈과 엄성섭이 포함된 관련 기사를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실명을 다룬 다른 언론사 보도와 대조적이다. TV조선은 지난달 6월 30일 '보도본부 핫라인' 진행자를 엄성섭 앵커에서 이상목 앵커로 교체했지만 뚜렷한 교체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사과도, 해명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선택적 침묵'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앞서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2019년 1월 뉴스타파의 '박수환 문자' 보도를 언급하며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가 4~5년 전 본지 일부 간부들에게 금품·선물을 줬으며 자녀 인턴 채용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조는 해당 간부들이 이 같은 의혹에 연루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사측이 엄정한 조사를 진행하고 공식 징계위원회를 열 것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생경제연구소는 그해 3월 '박수환 문자'와 관련, 송희영 전 주필과 윤영신 논설위원,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이사를 업무방해 및 배임수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에 유사한 일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신문사 차원의 자정운동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조선일보가 보도를 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정론직필을 주장하는 그들이다. 자기네 허물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 조선일보 독자들을 기망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조선일보는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그러면서 어떻게 남을 비판할 수 있는가.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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