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나는 가끔 발칙한 상상을 한다. 어제 공수처법까지 날치기하는 것을 보면서 또 상상을 했다. 민주당보다 한국당에 더 실망했다. 민주당이야 문재인 대통령 뜻을 따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한국당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결기를 읽을 수 없었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는 듯 보였다. 법안이 통과된 다음 의원 총사퇴 결의를 한들 바뀌지 않는다.

나는 황교안 대표를 1987년부터 보아 왔다. 검사로서는 아주 훌륭한 분이다. 자세도 바르고, 성실하다. 상사들이 그를 좋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법무장관도 하고,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거기까지였다. 정치권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더 존경받았을 지도 모른다. 정치 입문이 그가 쌓아온 명성을 잃게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나도 처음에는 그를 성원했다. 하지만 곧 나도 실망했다. 내 눈높이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정치인으로서 그렇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정치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그러니 리더십은 상상할 수 없었다. 리더에게는 또 다른 한 방이 있어야 한다. 황교안은 그게 없었다. 남을 끄는 매력, 매혹도 있어야 하는데 너무 밋밋했다. 따르는 의원이 생길 리도 없다.

나는 지난 7월 15일 ‘한국당 당 대표 홍정욱은 어떤가’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보다 앞서 7월 5일에는 ‘한국당 황교안 체제로 총선 치를 수 있을까’라는 칼럼도 썼다. 황교안은 나에게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 나는 이미 그때부터 황교안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한 번 보자. 황교안이 대표로서 한 것이 있는지. 삭발과 단식만 생각난다.

그 뒤 홍정욱은 딸 문제로 정치재개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다른 카드는 없을까. 찾지 않아서 그렇지 찾으면 있다고 본다. 물론 시간이 많지 않기는 하다. 그래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던진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을 영입해 대표를 시키면 한 번 해볼만 할 것 같다. 무엇보다 금 의원은 철학과 강단이 있다. 지금 한국당에 꼭 필요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본다.

금 의원도 검사 출신이다. 소신파다. 조국 인사청문회 때도 당의 방침과 달리 조국을 지원하지 않고 소신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 때도 금태섭이 옳았다.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금태섭은 구구절절이 옳은 지적을 했다. 그것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로 했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그래야 한다. 무조건 당론을 따르라는 원칙은 없다.

금 의원은 어제 공수처법 표결에서도 기권했다. 다시 말해 공수처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률가라면 공수처법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이 그것을 밀어붙인다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영혼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태섭을 그런 심정으로 기권을 했을 것으로 본다. 요즘 보기 드문 소신파라고 할 수 있다.

금태섭은 민주당보다 한국당에 더 맞다. 한국당이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 역할을 맡겼으면 한다. 그 자리는 바로 대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