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나는 황교안과 잘 아는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87년 검찰에 출입할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다. 총리를 그만 두고 쉴 때 정계 입문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교안이 대표가 되고 3개월쯤 지난 뒤부터는 그를 비판해 왔다. 잦은 실수를 할 뿐만 아니라 대표 감이 못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잘 안다면서 그렇게 비판팔 수 있느냐”고도 했다. 지금도 그 같은 생각에 변함이 없다.

한국당이 황교안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나는 그 가능성을 반반 정도 본다. 황교안이 내려오는 게 맞다. 그러나 스스로 내려올 리는 만무하다.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난다면 몰라도. 김세연 의원의 퇴진 요구가 얼마나 먹힐 지는 알 수 없다. 동조하는 의원이 늘어나면 황교안도 어쩔 수 없을 게다. 하지만 황교안을 둘러싸고 있는 친박들이 완강히 반대할 터.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다. 지금은 헤쳐모여가 답인데.

황교안이 18일 김 의원의 요구에 대해 답을 내놓았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총선에서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결국 자기 책임 아래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위기를 모면하려는 발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책임의식은 느껴지지 않는다.

황 대표는 “당 쇄신은 국민적 요구이자,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당 쇄신 방안에 대해 숙고하면서 폭넓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받들 것이고, 확실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쇄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진력하겠다”면서 “만일 이번 총선에서도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반드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교안식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할까. 물러나라고 하는데 잘 하겠다고 한다. 17일 오풍연 칼럼에서도 얘기했지만 김세연의 지적은 백 번 옳다. 김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홍준표도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고 거들었다. 그는 “좀비 정치라는 말은 참으로 가슴 아픈 지적”이라며 “(당이) 튼튼한 동아줄에 매달려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이 썩은 새끼줄이었다고 판명될 날도 머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썩었다. 황교안은 그 당을 환골탈태시켰어야 했는데 시간을 끌었다. 바뀐 게 하나도 없다. 따라서 김세연의 지적처럼 당 해체가 맞다. 그래야 살 수 있는 데도 마이웨이다. 남의 내로남불만 탓하지 말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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