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요즘 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나 자신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 진영의 말과 행동을 보면 나와 관점이 너무 다르다.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마침내 거리 집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역시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을 향해서는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 말을 트집잡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위험한 생각에 충고를 해주고 싶다. 어쩜 그렇게 편리한 사고를 갖고 있는가. 나는 대통령이 앞장 서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나라가 두 동강 나 있는데 그것을 국론분열이라고 하지 않는다. 국민의 의견이 나뉜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

문 대통령은 “특히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할 소리인지 묻고 싶다. 정치학자들이 이런 말을 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할 소리는 아니다.

어찌보면 대통령이 거리 집회를 합리화시켜준 측면도 있다. 정작 정부여당이 풀어야 할 문제들을 국민의 힘을 빌려 한 쪽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다. 검찰 개혁을 강조한 것이 그렇다. 2017년 5월 취임 이후 무엇을 하다가 이제와서 검찰 개혁 타령을 하는가. 그것 또한 생뚱 맞다. 억지 춘향 성격이 짙다. 조 장관의 거취와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서초동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집회에 대해 문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정치적 의견의 차이가 활발한 토론 차원을 넘어서서 깊은 대립의 골을 빠져들거나 모든 정치가 그에 매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국민들께서 의견을 표현하셨고 온 사회가 경청하는 시간도 가진 만큼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기까지 였다. 더 이상의 정부 책임과 반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늘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어야 했다. “혼란을 끼쳐드린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를 드립니다. 앞으로 거리 집회는 삼가 주십시오. 더 이상의 혼란은 안 됩니다”라고. 홍콩 사태를 반면교사 삼자. 평화집회도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라고 그런 길을 걷지 말란 보장이 없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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