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나는 홍준표와 198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다. 그가 서울지검 강력부에 있을 때부터다. 그의 장단점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를 칭찬하는 칼럼을 실어 선거에 잘 썼다는 감사 인사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가 거친 말을 사용한 뒤로는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고 촉구한 바도 있다. 요즘 홍준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말의 톤은 세지만, 예전처럼 거칠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자들은 사람 냄새를 잘 맡는다. 기사거리가 될 만한 사람이나 소재를 찾아 나선다. 홍준표도 그 중의 하나다. 역설적으로 지금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홍준표 같았으면 문재인한테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것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황교안-나경원 투톱은 역대 가장 약체로 평가된다. 황교안이 대표가 됐을 때는 어느 정도 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까 허당 그 자체였다. 나는 황교안도 잘 안다. 황교안이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를 할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개인적 친분도 있다. 칼럼을 쓰는 입장에서 그도 혹독하게 비판해 왔다. 결론적으로 말해 황교안은 정치인 자질이 떨어진다. 그럼 정치를 그만두는 게 옳다.

홍준표는 황교안에 비해 몇 수는 위다. 홍준표는 누구에게 정치를 배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터득을 했다. 독학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번 대선 때 최종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자기 실력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그에게 또 다시 기회가 올까. 황교안이 죽을 쑬수록 그 같은 기회는 가깝게 다가올 것으로 본다. 정치는 생물이기에.

홍준표는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에도 문재인 정권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은 그렇게 니들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나 2년 후 보자, 지금은 모든 의혹을 은폐하더라도 2년 후면 반드시 밝혀진다"면서 "니들은 박근혜 수사할 때처럼 똑같이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조국 사건 전개 과정을 보니 단순한 조국 게이트가 아니라 이건 청와대·법무부·법원조차 연관된 문 정권 게이트로 번지는 제2의 최순실 사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래, 조금만 참자"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곪아터질 날이 온다"는 단문을 연달아 이어 쓰는 형식으로 문재인 정권을 공격했다.

홍준표는 끝으로 "세상에 비밀은 없다, 조국 사건을 시발로 문 정권은 무너진다"고 단언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윤석열 총장을 향해 "하물며 그대는 대한민국의 정의를 수호하는 검찰총장이다"면서 "비굴하게 살지 말자, 인생은 짧다"고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홍준표는 수사 경험이 많다. 서울지검 검사 시절 선배 검사장들을 구속하기도 했다. 후배인 윤 총장에게 한 수를 지도한 셈이다. 당당하게 살자고.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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