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한겨레 신문. 한 때는 신뢰도 1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민주당 나팔수라는 오명도 듣고 있다. 그들이 자초한 바다. 이제는 한겨레 독자들마저 외면하는 경향을 띠고 있단다. 진실에 눈을 감아 그렇다. 특히 언론은 정직해야 한다. 그런데 한겨레는 그렇지 못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서는 침묵하다시피 했다. 한겨레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마침내 젊은 기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 움직임마저 없다면 한겨레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특종 신문으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한겨레가 특종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권력의 전횡을 보고도 눈 감은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한겨레 기자 31명은 지난 6일 오전 "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썼다. 이들은 "현재 한겨레 편집국은 곪을 대로 곪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한겨레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가 전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비판 보도를 출고한 지 4분 만에 삭제하자 폭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신문 법조팀 소속 강희철 기자는 지난 5일 "'우병우 데자뷰' 조국, 문 정부 5년사에 어떻게 기록될까"라는 제목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 후보자를 비교해 지적하는 칼럼을 작성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15분 해당 기사가 인터넷에 출고됐다. 그러나 4분 후 기사는 삭제됐다. 담당 데스크는 강 기자에게 "이 시기에 나갈 기사가 아니"라며 "기사를 무제한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데스크도 윗선의 지시를 받고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자들은 대자보에서 "조국 후보자의 사모펀드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딸이 의전원에 두 번을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도 한겨레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에서 한겨레 칼날이 무뎌졌다고도 비판했다. 기자들은 "인사청문회 검증팀은 문재인 정권 1기 내각 이후 단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면서 "취재가 아닌 '감싸기'에 급급했다. 장관이 지명되면 TF를 꾸리고 검증에 나섰던 과거 정부와는 전혀 달랐다"고 꼬집었다.

기자들은 "타사 기자들이 손발이 묶인 '한겨레' 기자들을 공공연하게 조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당 기관지'라는 오명을 종종 들었지만 이 정도로 참담한 일은 없었다"면서 "더 이상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기자'의 이름으로 언론자유를 억누르겠다면 떠나라. 앞선 선배들처럼 청와대로, 여당으로 가라. 한겨레와 언론자유, 그리고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는 우리가 지키겠다"고 했다.

한겨레 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 왜 정권과 유착하는가.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는 신문은 존재 이유가 없다. 한겨레도 위기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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