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동네북 신세다. 어찌하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안쓰럽기도 하다. 누굴 탓하랴. 문 대통령이 자초한 바가 크다. 대통령이 존경을 받지 못하더라도 조롱거리가 되면 안 된다. 그런데 북한도, 일부 정치권도 문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인내심이 강해서 그럴까.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최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군대의 위력 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해 쩔쩔매며 만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는 대신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또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가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직접 겨냥한 것은 맞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쪽에서 내고 있는 그런 담화문들이 통상 우리 정부가 내고 있는 담화문과는 결이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결국 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북미 간)실무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 속도 좋다. 희망적으로 해석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틀째 문 대통령을 쪼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을 향해 '쪼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 버렸다. '쪼다'라는 말"이라며 "막말이라면 막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상황이 찜통 날씨보다 더 화나고 짜증스럽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쪼다'라는 말밖에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쪼다 짓 하지 말라. 국민들은 울고 있다"고 쏘아댔다.

홍준표는 “트럼프의 천박성과 김정은의 기만술이 서로 손을 맞추고 있는데 자칭 운전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쪼다라는 말밖에 나올 수가 없다. 요즘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짝짜꿍하는 것을 보니 한 사람은 영 쪼다가 됐다”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쪼다는 상당히 모욕적이 말이다.

이 같은 홍준표의 공격에 대해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이 저격수로 나섰다. 정 전 의원은 13일 “대통령 욕 한다고 대통령 되는 것 아니다”면서 “당신이 대한민국 국민인게 부끄럽다. 입 다물라(Shut the mouth)”고 맞받았다. 정청래도 홍준표만큼 입이 거칠기는 하다. 둘다 도긴개긴이다. 문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면 이런 공방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처럼 조롱거리가 되면 안 된다. 불행한 일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도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마이웨이를 한다고 박수치지 않는다. 특히 북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은 속이 터진다. 아버지가 욕 먹는데 가만히 있을 아들이 있겠는가.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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