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포퓰리즘의 대명사를 보는 듯하다. 시내 중심가에 NO JAPAN 배너기를 달았다가 철거했다. 여론이 비등하니까 꼬리를 내린 것. 나도 여러 차례 정부는 끼어들지 말라고 했다.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 이런 사람이 청장에 앉아 있다는 게 창피하다. 그 예산도 혈세다. 정신들 차려라.
꼴뚜기가 뛰니가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꼭 그런 꼴이다. 그런데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중구는 서울에서도 관광 중심지다. 명동을 끼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도 많다. 거기에다 깃발을 걸었으니 제정신은 아니다. 상인들도 난리가 났다. 오죽하면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을까. 한 건 하려다 오히려 비난만 받았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중구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도심 곳곳에 걸어둔 배너기를 내리기로 했다. 설치한 지 5시간 만이다. 서 청장은 6일 페이스북에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구청의 NO재팬 배너기 게첨이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중구청장으로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를 향한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가 다시 하나로 모여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유 불문하고 설치된 배너기는 즉시 내리겠다. 다시 한번 염려하신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서 청장 같은 사람을 소영웅주의자라고 한다. 구민들의 뜻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다. 아마 구청 직원 등 참모들이 건의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기 생각에 좋은 아이디어로 판단하고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나쁜 의미에서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더는 이 같은 사람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치시대 파시즘 운동 따라하느냐"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특정 집단이 권력을 잡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집단을 '왕따'시키고 문화적 정서적 언어폭력 등으로 린치하는 행위를 파시즘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정을 하라고 뽑아놓았더니 국민들 혈세를 써서 반일 정치놀이를 하겠다는 건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불매를 강요하거나 자유를 침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에 대한 비용도 각자 철저히 개인기부로 충당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시 강조한다. 반일이든, 극일이든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하면 안 된다. 그럼 국민들의 순수성마저 의심받게 된다. 정부가 할 일을 하면 된다. 어찌보면 두 나라 국민은 피해자들이다. 정부 간 대결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할까. 그 싸움을 최대한 빨리 멈추는 게 양국 정부가 할 일이다. 두 나라 국민까지 적대적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 서로 많이 오가던 사이 아니던가. 명동에도, 긴자거리에도 일본인과 한국인이 넘쳐나길 바랄 게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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