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는 1987년 가을부터 12년 가량 검찰을 출입했다. 그래서 '5공 기자'라고도 한다. 그 이후 검찰 인사를 쭉 보아왔다. 부침은 있었지만 그래도 예측 가능한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번 검사장 이상 승진 및 전보, 차장검사 이하 간부 인사를 보면 윤석열 1인을 위한 인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윤석열 사단이 모든 요직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수부 출신을 대거 중용했다.

나머지 부서 출신들은 이들의 보직 잔치를 구경해야만 했다. 아주 잘못된 인사다. 윤석열도 좌천인사를 경험했는데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자기 사람만 챙기고 정권과 껄끄러웠던 검사들은 한직으로 돌렸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다. 윤석열에게 문제를 제기할 만한 사람이 적어도 검찰 안에는 없다. 윤석열의, 윤석열에 의한 검찰이 됐다. 윤석열은 역대 최강의 검찰총장이 된 셈이다.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게 된다. 윤석열호가 그런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31일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인사를 보자. 선거·노동 등 공안 사건을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특수1부장이,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에는 송경호 특수2부장이 각각 내부 승진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에서 일반적인 고소·고발 사건을 맡는 1차장에는 지난해 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낸 신자용 법무부 검찰과장, 여성·강력 사건을 지휘하는 4차장에는 지난해 중앙지검 형사4부장이었던 한석리 강릉지청장이 발탁됐다. 모두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할 때 인연을 맺었던 검사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칼을 겨눴던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한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이다. 특별수사를 전담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나 대검·법무부 요직으로 발령 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현직 검사는 "동서남북 지검 네 곳의 인지수사 부서장 가운데 나머지 세 명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에 발령받았다. 후배 자리로 간 건 아니지만, 티 나지 않게 좌천시킨 인사"라고 말했다.

직속 결재라인에 있던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권 차장은 이날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밝히면서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인사는 메시지라고 합니다"라고 했다. 인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할까. 앞서 지난 26일 발표된 고위 간부 인사에서 서울 동·남·북·서 지검 차장 가운데 이주형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노정연 서울서부지검 차장, 최경규 서울북부지검 차장이 검사장을 달았지만, 민감한 사건을 많이 처리한 권순철 차장과 김범기 남부지검 2차장은 탈락한 바 있다.

누가 보더라도 눈에 띄는 인사를 했다. 이 같은 인사가 반복된다면 비인지 부서는 계속 홀대를 받을 것 같다. 특수부 출신만 검사가 아니다. 모든 검사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데 실망을 안긴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 내가 보는 견해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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