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효 칼럼_나는 산으로 출근한다

윤창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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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신문 칼럼=윤창효] 드디어 해발 700미터에 산마늘 5년산 종구 10만주를 심기로 한 날이다. 10월의 좋은 가을 날이다. 강원도로부터 울릉종 산마늘 종구 10만주가 배달되어 왔다. 임시로 보관할 저온 창고는커녕 농막 하나도 없다. 초보 산꾼에게는 숲 가꾸기를 막 끝낸 그냥 해발 700미터 야산 뿐이다. 

산마늘 종구는 박스에 담겨져 노지에 팽개친 상태이다. 빨리 인력을 구해서 하루이틀 만에 식재 작업을 끝내야 한다. 농작물은 식재하던 수확하던 시골에서는 제법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필요할 때가 있다. 인력공급을 읍내에 있는 인력 회사에 부탁을 해도 되지만, 농촌에는 작목반 형태의 그룹을 이루어서 활동하는 인력이 많다.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서로 연락해서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해보니 10만주를 심으려면 25명 정도의 인력으로 이틀은 꼬박해야 할 것 같다. 시골 인력은 팀별로 움직이고 나름대로 루틴이 있기 때문에, 농번기에 번 외 인력을 구하려면 미리 알아봐야 한다. 수소문해 보니 옆 동네에 인력을 30명 가까이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전문적으로 놉을 중재해주는 사람이다. 여자는 일당 70,000원, 남자는 일당 80,000원이다. 남자 인력도 네명 정도는 필요하다. 남자들은 비탈진 산에서 무거운 박스를 여기저기 옮겨야 한다. 외국인 인력이 10명 정도 온다고 한다. 외국 인력 비용은 조금 더 싸다. 외국인력이 점점 시골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임야에서 하는 험한 일이나 목재를 다루는 일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로 메워져 있다.

액면 인건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별도의 비용이 있다고 한다. 소개비, 점심 식대, 간식비 그리고 출퇴근비까지 포함을 별도로 시켜야 한다고 한다. 소개비는 5,000원, 점심 식대는 5,000원을 계산하고, 출퇴근 이동비용도 5,000원을 별도로 요구한다. 25명의 인력을 실어나를 자동차가 없으니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부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두번의 간식도 실어날라야 한다. 간식은 주로 빵이거나 컵라면을 제공한다고 한다. 간식을 제공할 시설과 배달하고 뒤치다꺼리를 해본 경험도 인원도 없다. 그래서 별도로 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결국은 순수 인건비 외에 소개비, 출퇴근비, 점심식대, 간식비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아무튼 십장과 합의를 보고 내일 오전 8시부터 식재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도시에서는 일용직을 고용해본 경험은 많이 있지만, 시골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다음날 아침 빽빽하게 초과인원을 태운 승합차가 산 아래 입구에 도착했다, 15인승 승합차에 25명이 꼬깃꼬깃하게 타고 왔다. 매우 위험해 보인다. 시골길이나 산길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쩔까 싶다. 위험천만이다. 

식재 요령과 대열을 이루는 방법을 설명하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했다. 한시간 정도 지나니 작업의 문제가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할머니급? 아주머니들의 솜씨에 비해 외국인들의 행동이 너무 느리고 대충대충이다. 그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작업도중에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은데 전혀 집중을 하지 않으니 산마늘 종구 식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아주머니들의 속도를 따라갈려고 하니 대충대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아다니며 한국말을 조금 하는 사람을 통해 야단을 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번 외국인력은 모두다 태국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할머니급 아주머니들의 능률에 비하면 반도 안된다. 오히려 방해가 된다. 제대로 식재하지 않으면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마늘 종구 식재를 2~3포기씩 같이 한다. 그래야 외롭지 않고 서로 의지하면서 잘 자란다고 한다. 식물도 이웃이 있어야 의지도 하고 경쟁을 한단다. 집단을 이루는 것이다. 인간사와 같다. 나무들도 버팀목이 있고 희생목도 있어야 숲을 이룬다고 한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식재할 장소가 모자란다. 약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심었는데, 너무 드문드문 심었나보다. 숲 속의 토양은 골자기마다 다르다. 각 작물에 적지가 있는 것이다. 텃밭도 가꾸기에도 어슬픈 초보가 그 넓은 숲 속의 토양을 알리가 만무하다. 급히 굴삭기 기사에게 식재 할 장소를 확보하자고 상의를 했다. 오랫동안 산에서 일을 해온 굴삭기 기사인지라 산세와 토양을 잘 안다. 하필이면 경사가 가장 급한 지역에 장소를 확보하기를 조언한다. 경사가 급해서 다니기에는 힘들지 몰라도 토양이 좋다는 것이다. 굴삭기 기사의 조언하는 대로 했다. 

나무의 잔뿌리를 뽑아내고 흙 고르기를 했다. 숲에 또 한번 난리가 난다. 지난해 숲 가꾸기 한답시고 큰 둥지의 나무를 자르고, 동식물의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더니 올해 또 뒤집어 놓는다. 아무리 산마늘이 음지를 좋아하고 더위를 싫어 한다지만 햇빛이 들어가야 한다. 큰 둥지의 나무를 더 베어내고 나무 간격을 넓혔다. 일단 숲은 시원해졌다. 

햇빛 투과량이 70%는 될 것 같다. 그래도 얼마되지 않아 나무가 자라서 우거지기 때문에 꼭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하루 반나절을 하고나니 10만주 식제를 마쳤다. 마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막힌 타이밍이다. 일기를 고려할 여유조차 없었는데 얼떨결에 날씨가 도와준 것이다. 이제는 작물을 심었으니 관리가 중요하다. 옆 농장의 프로 산꾼이 와서 한마디 한다. “이제 고생길에 들어서셨네요.” 하지만 초보 산꾼에게는 마냥 신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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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30년을 종사 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임야를 가꾸고 임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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