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2년 임기가 25일 시작된다. 성공한 총장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몇 차례에 걸쳐 그의 검찰총장 임명을 반대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한(恨)이 맺혔던 사람이라 검찰권을 행사하는 데 또 다른 한을 만들지 모르겠다는 우려에서다. 검찰권은 국민을 위해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정권을 위해 행사한다면 안 될 일이다. 그가 서울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했지만, 정권의 코드에 맞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4시 대검찰청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연다. 오전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 문 대통령이 어떤 주문을 할까. 사실 정치권의 반대를 가장 많이 받고 검찰총장에 취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도 물론이다.

윤 총장은 두 번이나 월반을 했다. 그것도 한 두 기수를 건너 뛴 것이 아니라 다섯 기수를 넘었다. 서울중앙지검장 때도 그랬고, 이번 검찰총장도 그랬다. 시쳇말로 후배가 선배 잡아 먹었다는 얘기를 들을 만하다. 검사장 이상 가운데 윤 총장 동기와 선배만 30명이나 됐다. 동기 9명에 선배 기수 21명. 예전 관례대로라면 이들이 옷을 벗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동기 9명은 모두 남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아직 동기 가운데 사표를 낸 사람은 없다. 선배 기수도 일부 남는다고 한다. 그동안의 전통이 깨졌다고 할까. 검찰의 사법연수원 기수 문화는 굉장히 강했다. 마치 군대조직과 비슷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취임하면서 그 같은 관례와 전통도 무너지게 됐다. 이번에 검찰 조직에 남는 선배 및 동기들이 얼마나 근무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윤 총장보다 선배 기수는 14명이 용퇴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누가 꿰찰 것인가도 관심이다. 이전까지는 윤대진(연수원 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가장 유력했으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문제가 불거져 물건너 갔다. 대신 윤 총장의 연수원 23기 동기인 배성범 광주지검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 윤석열이 서울지검장에서 고검장을 건너 뛰고 검찰총장에 오르면서 서울지검장은 명실공히 검찰내 2인자가 된 셈이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윤 총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와 기소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인 점, 형사사법 절차는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고쳐도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윤 총장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 역시 작지 않다. 윤 총장은 더욱 낮은 자세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칼을 휘두르되 공정해야 한다. 기왕 취임한 만큼 성공한 총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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