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정두언 전 의원이 16일 자택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단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개국공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MB와는 결별했다. 종편에 빈번하게 출연하는 패널 가운데 그래도 들을 만했다. 정치를 잘 알기 때문에 분석적이었다. 왜 죽었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TV를 보는 도중 그의 죽음 소식이 속보로 떴다. 내가 그것을 듣고 바로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그를 맨 처음 본 것은 1990년 대 후반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출입하던 때다. 이회창 전 총재가 정치에 입문시켰다. 유승민‧김부겸 의원도 정 전 의원처럼 한나라당에 있었다. 셋은 각각 다른 길을 걸었다. 결국 정두언은 비운의 걸을 걷게 된 셈이다.

내가 종편에 얼굴을 자주 비추는 패널 가운데 가장 낫다고 판단한 사람이기도 하다. 변호사나 교수 등 다른 패널에 비해 훨씬 나았다. 정치를 알고 분석하는 데다 감각도 뛰어났다. 그래서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 사람이 일찍 세상을 떠나 아쉽다. 많은 동료 정치인들이 그의 죽음을 추도했다.

죽음의 과정을 짚어 본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반쯤 북한산 자락길에서 자신의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갔다. 오후 3시 42분쯤 정 전 의원의 부인은 그가 남긴 유서를 자택에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정 전 의원을 발견했다.

발견했을 때 정 전 의원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정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종이 한 장에 자필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장례는 크게 치르지 마라. 조용하게 치러달라. 어머니 옆에 화장해서 묻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에게는 ‘여보 사랑해’라고 유서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슬프다. 죽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다. 스스로 우울증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가 정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이처럼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정치가 사람을 죽였다고 할까. 특히 낙선 의원들은 심한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한 번쯤 정 전 의원처럼 극단적 선택도 고민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는 낙선 의원을 봤다.

선거에 지고 나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에 들기도 한단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땅만 쳐다보고 걷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통해 사무실에 올라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 게 쌓이면 우울증이 된다. 특히 정치인 출신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여럿 있다. 이 같은 우울증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정치가 사람을 잡아서는 안 된다. 정 전 의원의 비보를 접하면서 또 한 번 느끼는 바다. 죽기 전까지 얼마나 생각을 많이 했겠는가.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제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쉬기를 기도한다. 잘 가시오, 정두언!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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