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11일 오전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을 강력히 비판하는 칼럼을 쓴 바 있다. 버티기에 나선 것 같아 그것을 꼬집었다. 그러나 사정이 있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현재 1인 매체를 운영하고 있어 일일이 체크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초지종을 파악해 보니 박 의원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대부분 언론들은 박 의원이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티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면의 행간을 읽지 못한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는 지도부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어떻게든 설득을 했어야 했다.

그 과정은 이랬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17일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한국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의석 숫자에 따라 한국당에 배분된 자리는 7개. 하지만 통상적으로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는 3선 의원의 숫자가 이보다 훨씬 많은 게 문제였다. 무려 20명이나 됐다. 자리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1년씩 쪼개기로 한 것. 그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고, 자리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당 지도부는 상임위 5곳의 위원장 임기를 1년씩 쪼개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외교통일위원장은 강석호-윤상현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안상수-황영철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김세연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홍일표-이종구 의원, 그리고 국토교통위원회는 박순자-홍문표 의원이 나눠서 맡게 됐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 때다.

박 의원도 나름 논리가 있었다. 먼저 국회법을 언급했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성도 내세웠다. 부동산과 SOC 투자 등 국토교통위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위원장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여성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한국당 소속 상임위원장 중 여성이 아무도 없으며, 공당으로서 최소한 1명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형평성 문제도 따졌다. 국토교통위원장을 넘겨받게 돼 있는 홍문표 의원은 과거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을 1년 맡은 적이 있다. 본인도 1년을 했지만, 홍문표 의원도 과거 다른 상임위원장을 1년 했으니, 남은 국토교통위원장 임기 1년을 본인과 홍 의원이 6개월씩 나눠서 하는 게 가장 '합리적 해결방안'이라는 게 박 의원의 입장이다. 무리한 요구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아니면 둘의 경선을 붙였어야 옳았다고 본다. 박 의원은 나 원내대표에게 경선실시를 해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5일 경선을 통해 예산결산위원장만 새로 뽑았다. 황영철 의원이 경선을 포기해 김재원 의원이 뽑혔다.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다툰다면 합의를 이끌어 냈어야 했다. 박 의원을 징계위에 넘기는 것은 지나치다. 또 다른 전횡이 생각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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