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KBS가 박근혜 정부 당시 보도국장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한다. 무슨 기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기자도 적폐세력으로 몬 것. 나도 기자 출신이다. 그 보도국장이 적폐세력으로 몰릴 만큼 전횡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기자에게 일말의 양심은 있다. 비뚤어진 눈으로 보면 모든 게 똑바로 안 보인다. 지금 KBS가 그런 것 같다.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KBS는 지금 인사보복이 진행 중이다. KBS 소수이사들이 낸 성명에서도 그것이 읽힌다. 징계를 하려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징계는 찍어누르기 인상이 짙다. 보도국장은 해임, 취재주간 정직 6개월, 국제ㆍ방송주간 각각 정직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차라리 사람이 밉다고 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기자들은 이미 한직에 배치돼 벌(?)을 받고 있다. 두 번 죽인다고 할까.

"휴가지에서 이메일로 KBS 양승동 사장에게서
<정직 6개월>의 징계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 28년 간 회사에 기여한 공로로 사장상 6회, 한국기자협회  기자상 등 각종 특종상을  7회나 수상했던 터라 무척 당혹스럽습니다. 진실은 때로, 칼을 쥔자의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실체가 부풀려져 왜곡되기도 하지만

결코 침몰하지 않고 본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꿋꿋하게 전진할 것입니다."

징계를 받은 페친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나도 잘 아는 후배다. 기자로서 의식이 있고, 취재 능력도 뛰어난 친구다. 오늘 새벽 이 같은 소식을 듣고 위로차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하지 못했다. 무슨 위로를 건네겠는가. "광풍을 피해가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후배의 말처럼 진실은 가려질 것으로 본다.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 징계를 내린 사람들도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KBS 소수이사들은 성명에서 "해고는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KBS 경영진은 기어이 과거 경영진 시절 전임 간부들에 대해 해고를 포함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어차피 이 조치는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결론이 날 것으로 믿습니다만, 이번 결정을 통해 지금 경영진과 그들이 표방하는 소위 진보집단의 새로운 밑바닥을 확인하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권력이 교체된 이후 공영방송 사장을 무리하게 해고한데 이어, 마녀사냥과 무고의 방식으로 정치적 관점이 다른 사람에게 자의적인 해고의 칼날을 들이댔다"면서 "이 행위가 5년 후 혹은 10년 후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우리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세력들이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고,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대로 하지 못했던 데 대한 분풀이와 보복에 심취한 듯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KBS는 노조가 중심이 돼 이같은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경영진은 허수아비라는 말이 많다. 세상엔 눈이 있다. 이성을 찾아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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