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이쯤되면 제 정신이 아니다. 단단히 미쳤다고 할까. 잘 있는 대통령에 대해 하야를 주장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을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에 비유하기도 했다. 바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다. 한기총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8일 성명을 다시 내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1일 릴레이 단식기도에 들어가겠다고도 했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볼 수 없다. 미치지 않고선 어떻게 이런 주장을 펼 수 있겠는가. 작심하고, 노이즈 마케팅에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면 된다. 다시 말해 한 줄도 다뤄주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니 신이 난 듯 2탄, 3탄을 계속 퍼트릴 모양이다.

그는 이날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국가적 탄압에 대한 성명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문재인은 자신의 잘못된 신념으로 전 국가와 국민에게 북한 공산주의 이념인 주체사상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현명한 5000만 국민들이 독일 히틀러의 폭력적인 역사를 교훈 삼아 연말까지 문재인을 하야시키고, 남북의 자유 민주국가 통일을 이뤄 대한민국을 세계 1등 가는 나라로 만드는 일에 참여해 달라"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 캠프를 치고 1일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전 목사에게 묻겠다. 릴레이 단식기도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겠는가. 전 목사 말고 더 참여할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단식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명분이 없다.

더욱 가관은 자신을 본회퍼에 비유한 것. 히틀러 시절 목회자였던 본회퍼는 미친 운전사가 차를 몰며 질주할 때 그리스도인의 의무는 희생자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이 아닌 문제의 운전사를 없애는 것이라며 당시 히틀러 암살을 계획하다 체포돼 처형됐다. 전 목사는 "저의 심정은 히틀러의 폭거에 저항하며 독일과 유럽의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본회퍼와 같은 심정"이라며 "문재인의 주사파 주체사상의 강요는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사 앞에 다시 한번 비극의 역사적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생명을 걸고 문재인을 책망하기로 작정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가 이처럼 막 나가자 한기총 내부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기총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모임(한사모)' 소속 총회 대의원 145명은 성명을 발표하고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고 재신임을 받든지, 한기총 대표회장직과 목사직을 사표 내고 정치가가 돼라"고 비판했다. 목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고, 임원회의 의결 없이 혼자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은 '불법 시국선언문'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누구든지 대통령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전광훈은 목사가 아니다. 시정잡배쯤 된다고 할까.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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