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시와 삶 (25)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心腸)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人類)의 역사(歷史)를 꾸며 내려온 동력(動力)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理性)은 투명(透明)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人間)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40여 년 전에 교과서에서 배운 민태원 님의 명수필 <청춘예찬>의 첫 단락이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읽어도 참으로 아름다운 글이다.

청춘의 사전적인 의미는 한창 젊고 건강한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봄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청춘에 속하는 나이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인가? 청춘이란 단어가 법적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략 청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의 젊은이를 일컬을 수 있다. 아동·청소년보호법에서 청소년은 만19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가리키지만, 청소년기본법에서는 만 9~24세까지를 청소년으로 간주한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서 청년은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사람을 말하며,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는 15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청년으로 간주한다. 법적인 규정은 참고로 하고, 일반적으로 청춘은 청소년부터 청년까지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 연령대로는 10대와 20대의 젊은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청춘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젊은이들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큰 포부가 있고 젊음의 패기가 있는 때이다. 세상의 어지러움과 어두움을 모르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가정과 사회와 나라의 앞날을 이끌어 갈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도, 미래가 아무리 불확실해도 어느 시대나 청춘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기대를 갖고 한없이 축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끝없는 도전에 용감하게 맞서다가도 실패와 실망을 당하기도 한다. 아직 잘 모르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몰라 방황하기도 한다. 넘지 못할 벽 앞에서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불안해하기도 한다. 우러러볼 만한 어른들이 있어서 본받으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 아니 스스로 꿈을 찾고, 꿈을 키우고, 꿈을 이루어가도록 도와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슬기롭고 아름다운 삶의 길이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가지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리고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그 길을 가도록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

여러 시인들이 젊은이들을 칭송하고 축복하고 격려하는 시들을 썼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영원의 세계에서 오는 힘을 가지면 청춘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일근 님은 <청춘에게>에서 절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설 것을 촉구하고, 조병화 님은 <청춘에 기를 세워라>라고 고무하고 있다. 내가 교실에서 새 학년을 맞을 때에 학생들에게 읽어주던 이해인 님의 <십대들을 위한 기도>는 청소년들을 잘 이해하고 그들이 슬기롭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잘 담고 있다.

 

청춘 /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밋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

우아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고뇌, 공포, 실망 때문에 기력이 땅으로 떨어질 때

비로소 마음이 시들어버리는 것이다.

 

육십 세이든 십육 세이든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놀라움에 끌리는 마음,

젖먹이 아이와 같은 미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

삶에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다.

 

그대와 나의 가슴속에는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간직되어있다.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영원의 세계에서 오는 힘,

이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젊음을 유지할 것이다.

 

영감이 끊어져 정신이 냉소라는 눈에 파묻히고

비탄이란 얼음에 갇힌 사람은

비록 나이가 이십 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그대는 팔십 세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인 것이다.

 

청춘에게 / 정일근

 

너의 청춘이 추락하고 있어도

절망이라는 그 말은 하지 마라

희망이 밑바닥을 치지 않았다면

너는 아직 청춘이다

청춘의 날개를 펴고 다시 날아라

 

너의 청춘이 밑바닥을 칠지라도

이젠 끝이라는 그 말은 하지 마라

심장이 식지 않고 뛰고 있다면

너는 아직 청춘이다

청춘의 붉은 피로 다시 일어나라

 

청춘에 기를 세워라 / 조병화

 

청춘에 네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그 기를 지켜라

기 아래 네 그 청춘을 엮어라

 

누구보다 땀 많이 간직한 생명

누구보다 피 많이 간직한 생명

누구보다 눈물 많이 간직한 생명

 

청춘은 푸른 바다라 하더라

청춘은 푸른 산이라 허더라

청춘은 푸른 하늘이라 하더라

 

해는 항시 가슴에서 솟아오르고

즐거운 젊은 날

흘러내리는 날 날이 우릴 키운다

 

청춘에 네 기를 세워라

청춘에 네 그 기를 지켜라

기 아래 네 그 청춘을 엮어라

 

십대들을 위한 기도 / 이해인

 

하늘의 별, 땅의 꽃

자기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한 치의 여유도 없이

피곤하고 숨가쁘게 살아가는

오늘의 십대들에게

우리는 늘 미안하고 할 말이 없는

힘없는 어른들이지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가까이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가끔은 기도 안에 접습니다

 

우리의 십대들이 언제나

우울의 늪에 빠지지 말고

햇살 같은 웃음 속에 살게 해 주십시오

그들의 웃음 속에 담겨 있는

희망과 기쁨으로

우리의 삶 또한 밝아질 것을 믿습니다

그들이 미래의 꿈과 이상에

항상 설레이는 시인의 가슴으로 살되

허황된 욕심이나

병적인 자기도취에 빠져

오늘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십시오

 

날로 발전하는 전자 문화, 영상 매체

물질문명의 혜택을 즐기며 살되

책을 멀리하지 않고

독서와 사색으로

내면의 뜰을 가꾸어 가는

지혜로운 사람들로 성숙하게 해 주십시오

생각하는 능력과 정서를 잃어버린

기계인간이 될까 우리는 두렵습니다

 

부모, 형제, 친구, 스승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감사의 표현을 할 줄 아는 십대

자기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되

다른 이의 필요에도

선선히 마음의 창을 열어

도움의 손길을 펴는

"작은 천사"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세상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행 속에 아파하고 있음을

좀 더 자주 기억하게 해 주십시오

 

성급함을 다스려 나가는 인내의 힘

충동적인 감정을 제어하는 절제의 힘

지루하지만 꼭 필요한 기다림의

긴 과정과 용기 없이는

누구도 인생의 승리자가 될 수 없고

빛을 누리는 자유인이 될 수 없음을

더 늦기 전에 깨우치게 하십시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의 소중한 십대들이

어리지만 당당하고 단호한 의지

양심에 충실하여

더욱 맑고 총명한 눈빛으로

매일을 살아가게 하십시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남의 핑계를 대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겸허한 사람

끈질긴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순결을 지키는 사람

문장에 매듭을 지어 주는 마침표처럼

인간관계의 뒤끝이 깨끗한 사람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매력있는 젊은이로

우리의 길잡이가 되게 해 주십시오

 

어른들의 나태한 적당주의, 안일한 편리주의

교만한 이기주의에

끝없이 도전하며 전진하는 십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충실히 사는

살아 있는 십대, 빛나는 십대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하십시오

 

 

■ 프로필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83년부터 36년간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을 역임하고 대전관저고등학교에서 퇴임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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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