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나왔다. 물론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다. 그러나 이름이 꽤 알려진 목사가 그런 말을 했다면 다르다. 바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당사자다. 그러자 정치권은 난리가 났다. 종교인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물론 대통령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나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자주 비판한다. 대통령에 대해 피해야 할 말이 있다. 하야나 탄핵을 쓰면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또 다르다. 박근혜는 본인의 과실로 그 대상이 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엄연히 임기가 있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억지 논리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6일 “국민주권을 욕되게 하는 내란선동적 발언”이라며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전 목사에게 장관직을 제의했다는데, 전 목사의 이번 발언은 황 대표에게 바치는 헌사란 말인가”라고 주장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전 목사는) 황 대표와의 끈끈한 연대를 폭로하기도 했다. 배후에 제1야당 대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황 대표를 겨냥했다. 황 대표와 전 목사의 관계는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전 목사는 지난 5일 한기총 명의로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자랑스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았다"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까지 하야하고 정치권은 4년제 중임제 개헌을 비롯 국가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전 목사의 이 같은 막말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평소 짙은 보수 가치관을 드러내온 전 목사의 문 대통령 관련 막말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제작위원회' 대표회장이며, 저서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분노' 등을 펴냈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한기총 회장 당선 이후 여러 집회에서 문 대통령을 규탄하는 발언을 해왔다.

목사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도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 있다. 솔직히 전 목사의 언행은 종교인으로 보기 어렵다. 차라리 목사 배지를 떼고 정치에 뛰어들어 한 판 붙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신 한기총 회장으로서 더 이상 막말을 해대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려면 품격을 지켜주기 바란다.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과가 있어야 한다.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비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럼 더 의심을 받는다. 잘못된 발언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황교안답다고 하지 않을까. 너도 나도 막말 대열에 가세하면 정치가 더욱 혼탁해진다. 하긴 최초의 원인제공자는 정치권이라 할 말도 없을 게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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