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조선일보가 헛발질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 김영철이 숙청되고, 김혁철은 총살 당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그런데 김영철이 버젓이 나타났다. 국내 일부 언론은 조선일보 보도를 기정사실화 하기도 했다. 나는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조선일보 몇 해 전 현송월도 총살 당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물론 오보였다. 신문 기사는 정확해야 한다. 조선일보 보도는 아니면 말고다. 그럼 독자들은 뭐가 되나.

조선일보는 스스로 1등 신문이라고 자랑한다. 이 같은 보도도 1면에 대문짝만하게 다뤘다. 자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후 사흘 만에 김영철이 나타났으니 조선일보도 황당했을 것으로 본다. 더 황당한 것은 독자들이다. 감쪽같이 속았다고 할까. 독자들은 신문 보도를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1면에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 기사에서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협상 결렬 책임을 물어 처형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1면으로 끄집어 낼 때는 믿을 만한 취재원 등으로부터 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하며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를 당했고,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도 결정적 통역 실수로 '최고 존엄의 권위를 훼손했다'며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근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탈북자 출신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사흘만인 3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찍힌 사진을 공개하며 "어제(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강제노역형설이 나오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등장했다. 북한 방송도 김영철 부위원장을 맨 마지막에 호명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가 처음은 아니다. 2013년 8월에도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라는 제목으로 "현송월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6면에 실었다. 이 보도 역시 허위로 드러났다. 현송월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최근들어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고 있다.

언론이 보도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언론도 오보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선일보 아주 강력하게 응징 조치를 해주어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합니다” “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 일까요?” 이런 반응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헛발질을 그만해라. 독자들도 지겹다고 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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