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도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성으로부터 간접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삼성이라고 비판의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비판을 해왔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장 24일 김태한 대표를 비롯한 고위 임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다. 구속여부는 밤 늦게나 내일 새벽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수사를 보면 삼성 최고경영진, 즉 이재용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삼성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은 단정지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이 직접 관련이 돼 있는지. 그런데 일부 언론은 이 부회장의 개입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사법처리를 예상하기도 한다.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삼성도 답답할 것이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도 앞두고 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보도도 흘러 나온다. 삼성은 23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일부 보도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삼성의 요청이 받아들일 리 없다. 언론은 더 파고드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관련 임직원과 회사는 물론 투자자와 고객들도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룹 입장에선 애간장이 타들어갈 터. 이곳 저곳서 보도하니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삼성은 "이러한 추측성 보도가 다수 게재되면서, 아직 진실규명의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단정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저희는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수사 도중 공식 입장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이는 삼성바이오 측이 삭제한 파일 중 이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파일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유죄로 단정하는 억측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 예단을 갖고 기사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또 침소봉대 해서도 안 된다. 한국 경제가 가뜩이나 어렵다. 삼성은 우리 경제 대들보 중의 대들보다. 삼성이 흔들려서 좋을 것은 없다. 다만 수사 결과 이 부회장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흘러나오는 얘기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삼성에도 부탁한다. 정도경영을 해왔나 되돌아보기 바란다. 내 눈에 비친 삼성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최고 기업, 나아가 글로벌 기업다운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 일부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삼성에 대한 수사를 주목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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