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고 한다. 요즘 손학규가 그런 처지 같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그래도 꿋꿋하다. 강제로 들어낼 수 없는 것을 노리는 듯하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회의는 완전히 봉숭아 학당이다. 어떤 코디미보다 리얼하다. 국민들에게 비웃음을 선사한다고 할까. 주역은 바로 손학규다. 마침내 노망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22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퇴진을 거부하는 손학규 대표를 향해 "한번 민주투사가 영원한 민주투사가 아니다. 한번 민주투사가 당 대표가 되면 당독재할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면 그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하태경은 손학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손학규다. 손학규가 동네북 신세 된지는 오래다.

이에 임재훈 사무총장은 "손 대표의 정책과 비전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손 대표의 연세를 운운한 하 최고위원의 발언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이 아닌 사람은 말을 좀 자제해 달라"며 임 사무총장을 향해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편이 갈리니 말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당내 손학규의 리더십은 완전히 실종됐다. 자리만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할까. 당권파 말고는 누가 손학규의 말을 듣겠는가. 손 대표는 이날 비공개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치가 각박해졌다"면서 "당 대표로서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지만 최소한의 정치 금도가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을 만든 이도 바로 손학규다.

손학규의 대응을 보면 배째라는 식이다. 자기한테 나라가고 하니까 야속할 게다. 하지만 정치는 세다. 손학규는 이미 싸움에서 졌다. 그럼 물러나는 것이 백번 옳다. 물러나지 않으니까 듣지 말아야 할 소리까지 듣는다. 누굴 탓하겠는가. 패장은 이유를 대지 말아야 한다. 일단 물러난 다음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사내다운 처신이다.

손학규는 당내 의원들 뿐만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들에게도 동정조차 사지 못하고 있다. 아예 징그럽다는 소리도 듣는다. 정치를 더욱 혐오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도 내년 총선 준비를 해야 한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간 호흡이 척척 맞아도 모자랄 판인데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대표가 그러니 중재할 사람도 없다. 싸움이 나면 뜯어 말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말릴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손학규를 강제로 들어낼 방법이 없다는 것도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든다. 손학규가 버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번 냉철하게 보자. 누가 집안 싸움을 하는 정당에 표를 주겠는가. 선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에게도 죄를 짓고 있다. 집안 싸움은 빨리 끝내라. 당신들 때문에 우리도 화난다. 이제 지긋지긋하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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