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이틀 전부터 의정부 일가족 3명 참변 소식이 종편 등 방송을 타고 있다. 한마디로 끔찍하다. 아직 사망 원인 등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가장인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빚 때문에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검결과 3명의 시신에서 '주저흔'(躊躇痕)과 '방어흔'(防禦痕)이 발견됐다고 한다. '주저흔'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한 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해 남긴 상처 흔적이며 '방어흔'은 가해자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생긴 상처를 말한다. 아버지에게서 주저흔이, 딸에게서 방어흔이 각각 발견됐다. 아버지도 둘을 죽은 뒤 자살을 망설였다는 얘기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이자 아버지인 A(50)씨에게서는 주저흔이 발견됐고 딸인 고등학생 B양에게는 손등에서 약한 방어흔이 나왔다. 아내이자 어머니인 C(46)씨의 시신에서는 목 부위 자상 외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아내를 먼저 죽이고, 딸을 잇따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가족 자살은 독극물을 함께 마시거나, 번개탄을 피워 놓고 죽는 경우 등이 많은데 이번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다.

 사건 발생 직전 이들 가족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7년 전부터 목공 작업소를 운영한 A씨는 수금 문제 등으로 억대의 빚을 지게 돼 최근에는 집을 처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은 중학생 아들 D군은 사건 전날 이러한 문제로 가족이 심각하게 얘기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빚 때문에 숨졌을 공산이 큰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이 용서받을 수는 없다. 합리화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범행 가정)는 죄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죽을 마음이 있었다면 무슨 일이든 못 하겠는가. 빚은 나중에 갚아도 된다. 당장 빚에 쪼들린다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목숨까지 빼앗아서야 되겠는가. 겁에 잔뜩 질린 딸의 얼굴이 떠오른다.

인간에게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남을 죽이는 것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죄악이다. 인간은 누구가 죄를 짓고 산다. 하지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 생명에 대한 애착을 가져야 한다. 그럼 죽을 이유가 없다. 나약한 게 인간이라고 했다. 험난한 세상, 독하게 살아야 한다. 생명은 집착해도 나쁘지 않다. 가족의 명복을 빈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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