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막말의 대가 하면 홍준표 아닐까. 그런 그가 황교안, 나경원을 나무란다.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그것도 같은 집안에 대고 총질을 하고 있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힘을 합쳐 싸워야 할 판에 아군에 총구를 겨냥한 바보짓을 하고 있다. 그게 홍준표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신랄하게 얘기하면 이성의 마비다.

홍준표는 자기가 대단한 줄 안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20% 이상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자랑한다. 다 죽은 당을 살려놓았다고도 한다. 물론 일정 부분 홍준표가 기여한 부분도 없지 않다. 거기까지였다. 그 뒤로도 온갖 막말로 당을 더욱 어렵게 했다. 자기가 한 짓을 생각하지 못하고 남탓만 하고 있다. 한심한 행태다.

이번에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좌충우돌하는 성격이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 홍준표는 14일 황 대표에 대해 “자랑스러울 것 없는 5공 공안검사의 시각은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야당 정치 지도자상(像)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는 민생 투쟁 과정에서 ‘내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임검사였다’고 했다는데 30년 전 국사범이 세상이 바뀌어 대한민국 2인자가 됐고, 대한민국의 주류도 바뀌었다”며 비꼬기도 했다. 맞는 말도 있긴 하다.

앞서 황교안은 문재인 정권의 주류를 자처하는 옛 운동권 세력을 향해 “직접 일해 돈을 벌어본 적이 있느냐”고 일갈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자 임 전 실장이 황교안 등 1980∼1990년대 공안검사들의 그릇된 행태를 꼬집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맞불’을 놨다.

임 전 실장은 “당시 공안검사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간첩을 조작했다”면서 “그런 일들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인가”라고 비판했다.

홍준표는 '달창'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화살을 겨누었다. "보수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를 공격하면서 암 덩어리, 바퀴벌레, 위장평화 등을 막말이라면서 보수의 품위를 지키라고 한 일이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암 덩어리, 바퀴벌레 등은 홍 전 대표가 한국당의 친박계를 비판하기 위해 쓴 말이고, 위장평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장 전술에 놀아나고 있다는 취지로 꺼내들었던 용어다. 홍 전 대표 얘기는 자신에게 '막말' 공격을 할 때는 언제고, 현 지도부 역시 저열한 용어들을 골라 쓰고 있다고 꼬집은 셈이다.

입이 거칠기로는 홍준표 당할 자가 없다. 그런데 타깃을 잘못 정했다. 집권 여당을 향해 쏘아대야지 왜 내부로 총질을 하는가. 어리석은 짓이다. 정치는 어차피 편을 갈라 싸운다. 지금은 함께 싸울 때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린다. 홍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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