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진짜 저도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이 한 말이다. 청와대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할까. 심각한 상황인식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한계로도 읽힌다. 청와대 안에서 피부로 느끼는 게 그렇다는 얘기다.

“(정부 관료들이)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의 말이다. 김 실장도, 이 원내대표도 남탓을 한다. 아니 관료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청와대와 여당의 최고 실세 인사들이 정부 관료들에 대해 갖고 있는 ‘진짜 생각’이 본의 아니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만 2년이 되는 10일 이 원내대표와 김 정책실장이 나눈 사적인 대화에서였다.

둘은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고 할까.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 지도 읽힌다. 공무원들을 닥닦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는 군기를 잡겠다는 말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그건 해주세요.”라고 반겼다.

김 실장의 ‘마치 4주년 같다’는 이야기는 대통령 임기 5년 가운데 만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부처 관료들은 ‘레임덕’이라도 온 것처럼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레임덕 얘기는 벌써부터 나왔다. 불행한 일이다. 정부가 오죽 일을 못하면 이런 말이 나오겠는가. 그것부터 반성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보통 정부여당이라고 한다. 이는 청와대, 민주당, 공무원이 함께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무원만 따로 떼어내 적으로 돌린 셈이다. 내탓을 하지 않고, 남탓을 하려는 의도 같기도 하다. 이렇게 얘기할 듯하다. “공무원들이 말도 안 듣고, 일을 안 해서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다”라고.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청와대 안에서 핵심 요직에 앉아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

한 번 보자. 김수현처럼 존재감이 없는 정책실장도 없었다. 오죽하면 같은 진영 안에서 “그 사람이 경제를 아느냐”라는 말까지 나올까.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시중의 여론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금 김수현 정책실장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것이 둘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역대 실장, 부총리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받기도 한다.

일은 사람이 한다. 대통령 주변의 참모부터 일을 제대로 하는지 챙겨봐야 한다. 김 실장 같은 사람을 가까이 두면 안 된다. 무게감이 있고, 경제를 잘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사람 추천한다. 오종남 전 통계청장 같은 분을 모시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코드 인사를 탈피해야 한다. 진정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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