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이 아무리 미워도 법체계를 흔드는 일은 하지 말아야

[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도 우리나라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만하고, 권력지향적이다. 정치권만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겠다. 공수처 도입에는 반대한다. 내가 단식 무식하게 보는 견해는 이렇다. 옥상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검찰이라는 최고 수사기관이 있는데 그 위에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들 이유가 없다.

정부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의 기(氣)를 누르겠다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빼서 방어막을 치려는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게 그들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도 힘이 빠지면 똑같은 경우를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는 1987년 가을부터 검찰을 출입했다. 제5공화국 서슬퍼렇던 시절이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당시 검찰은 힘이 셌다. 특히 공안부의 위력은 막강했다. 전두환 정권의 시녀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 점도 없지 않았다. 공안부의 득세는 취약한 권력 기반과 무관치 않았다. 그 뒤 문민정부로 바뀌었고, 지금은 독재정부도 아니다. 이런 마당에 공수처 도입을 얘기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다.

나도 칼럼 등을 통해 검찰의 오만을 지적해 왔다. 사실 예전보다는 많이 겸손해졌다. 그래도 더 겸손해야 한다. 국민들의 보는 눈이 그렇다. 검찰을 이렇게 만든 데는 정권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부분 코드 인사를 해왔다. 자기들이 검찰총장을 임명해 놓고 흔든 때도 있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이것도 코미디다.

공수처는 말할 것도 없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하려고 한다. 그럼 도입했다고 치자. 만약 공수처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형사법에 밝은 한 원로법조인은 이렇게 얘기했다. “또 다시 (공)공수처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칠 겁니다” 옥상옥이라는 얘기다. 공수처 도입 논의는 검찰이 자초한 바 크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지 국민 편에서 수사 및 기소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지 못 했기 때문에 이런 수모를 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엄연히 검찰이라는 최고 수사기관이 있는데 그 위에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든다고 하니 검찰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 점은 검찰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일본의 검찰을 닮으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 검찰은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추구한다. 반면 우리 검찰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을 보라. 그들이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한다고 보는가. 혹자는 이런 말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지검만 장악했다고. 검찰은 국민 모두의 검찰이 되어야 한다. 검찰이 아무리 미워도 법체계를 흔드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공수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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