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서 260석 예상한다고 밝혀, 뜬구름 잡는 소리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이해찬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취중 한 얘기도 아니고. 내년 총선에서 260석쯤 거둬 절대 다수당이 되겠다고 한다. 지역구 240,비례대표 20석을 제시했다. 무슨 말인들 못하랴. 나는 이해찬을 이빨 빠진 종이 호랑이라고 한 바 있다. 꼭 그런 모습이다. 민주당도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무기력 그 자체다. 정부 견제는 제로. 있으나마나한 정당 같다. 그런 당에 표를 몰아 줄까.

이해찬도 그런 말을 한 뒤 머쓱했던 것 같다. 민주당은 17일 입장 공지글을 통해 "이 대표의 현장 발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래 우리 당의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모두 분발해 최대한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는 독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민주당이 내년 총선의 목표를 특정 의석수로 설정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바가 아닌, 독려 차원의 덕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해찬은 공당의 대표다. 그것도 집권당이다. 할 말, 안할 말이 따로 있다. 파장이 커지니까 덕담이라고 한다. 이 또한 무책임의 전형이다. 아니면 말고다. 지금 민주당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듯하다. 솔직히 이해찬이 말을 할수록 표를 깎아 먹는다. 왜 그런 것을 모를까. 예전 이해찬은 총명했었다. 정책위의장을 몇 차례 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지금은 아니다. 한마디로 ‘맛’이 갔다고 할까.

내가 이해찬을 처음 본 것은 1998년 그가 교육부장관을 할 때다. 나는 당시 교육부를 잠깐 출입했었다. 그의 나이 46살 때다. DJ의 총애를 받았었다. DJ는 사람을 쓸 때 먼저 능력을 본다. 그래서 물을 적이 있다. “DJ가 당신을 쓴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던 기억이 난다. “촌놈(충남 청양 출신)이 열심히 살았죠”. 그랬던 이해찬이 왜 엉뚱하게 변했을까. 다소 모자란 느낌도 받는다.

이해찬은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원외 지역위원장 협의회 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240석 (승리를) 목표로 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면서 "내년 총선까지만 승리하면 충분히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25명 원외 위원장들이 내년 총선에 다 당선되면 우리는 (현역 의원 지역구 사수까지 합쳐) 240석이 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해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 충분히 우리가 꿈꿔볼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300석 가운데 80%의 의석을 가져가는 압도적인 승리를 챙기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이해찬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명운이 달라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정권을 빼앗겼을 때 나라가 역행·역진한 모습을 똑똑히 보았는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계속해서 재집권할 수 있는 기반이 확고해지고 승리를 못 하면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에 나가면 당선돼야 한다. 난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농담도 했다. 그는 7선으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덕담도 그렇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이해찬의 한계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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