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할 게 없는 사람들, 기업 이미지도 손상시켜

[오풍연 칼럼=광교신문]SK 창업주 손자, 고 정주영 현대회장 손자, 남양유업 외손녀. 최근 인기검색어 상단에 오르면서 관심을 끌었다. 물론 좋은 일이 아니다. 모두 마약과 관련돼 경찰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이들이 뭐가 모자라 마약에 손을 댔을까. 쾌락 아니고는 설명할 게 없을 터. 선대가 쌓아 놓은 기업 이미지도 손상시키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SK그룹 최종건 창업주 손자인 최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낸 마약 공급책 이모(27)씨로부터 15차례 고농축 대마 액상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구입한 대마는 주로 집에서 피웠다"며 대마를 사들여 투약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최씨가 구매한 마약은 대마 성분을 농축해 만든 카트리지 형태로 흡연 시 대마 특유의 냄새가 적어 주변의 시선을 피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휴대전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책으로부터 대마를 구입한 뒤 최씨가 계좌로 돈을 송금하면 택배를 이용해 대마 액상을 보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모(28)씨도 같은 종류의 대마 액상을 구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정씨도 귀국하는 대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남양유업 창업주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31)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상 재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황씨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명확한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황씨는 2015년 11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와 함께 입건됐다. 당시 황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측은 입장 자료를 통해 "황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고, 황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너 일가 봐주기식 수사 의혹과 관련해 회사는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이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창업주 외손녀가 마약에 손을 댔다는 사실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이들이 왜 마약에 손을 댔는지는 알 수 없다. 재벌 2·3세나 연예인의 마약 은 심심하면 한 번씩 터진다. 솔직히 부족할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마약은 몰래 숨어서 즐길 수밖에 없다.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마약 자체가 범죄이기 때문이다. 마약을 하고 나면 내내 불안해 할 것이다. 완벽한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마약을 거래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탄로나기 쉽다.

창업주 손주들의 일탈행위는 기업 이미지에도 상대한 타격을 입힌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는데. 사람이 먼저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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