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 사건 여환섭 수사단장 저격, 공감 얻기 어려워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충주지청 임은정 부장검사가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직격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단장을 맡고 있는 여 검사장의 자격을 문제삼았다고 할까. 임 부장검사는 "면죄부 검찰의 면죄부 수사 또는 꼬리 자르기 수사로 치닫는 불행한 결말이 예상돼 참혹하다"고 했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결말을 예상한 셈이다.

임 부장은 "강원랜드 수사 때 여환섭 검사장의 이름을 들었다"면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몸통인 청탁자들을 빼고 최흥집 사장만 불구속 기소해 국민에게 지탄받을 당시 여 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 지휘라인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랜드 1차 부실수사와 관련된 대검 담당자를 단장에 지명한 이유가 뭘까"라면서 "누구에게 수사를 맡기는지 보면 수사를 맡긴 자의 의중이 보이고 수사 결과까지 다소 예상할 수 있다. 어이없고 황당함을 넘어서는 참혹함에 할 말을 잃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부장검사는 검찰의 중견간부다. 여 검사장을 저격한 것은 문무일 검찰총장을 공격한 것과 다름 없다. 문 총장이나 여 검사장의 고충을 알고 이런 지적를 했는지 모르겠다. 문 총장도, 여 검사장도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검사 선배를 수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수사를 지시한데다 전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격려는 못해 줄 망정 재를 뿌렸으니 말이다.

이는 수사단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어느 검사가 흔쾌히 수사단에 참여하겠는가. 임 부장이 수사단에 차출되면 아무 말 없이 가겠는가. 다른 구성원도 생각해야 한다. 수사단에 참여한 검사들은 엄청난 부담을 안고 수사에 임할 것이다. 거기다 대고 “수사 결과가 참혹할 것”이라고 하니 말을 잃게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나는 1987년 가을부터 검찰을 출입했다. 그 때부터 많은 검사들을 봐 왔고, 지금도 연락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 임 부장이 그동안 지적해온 것처럼 권력만 좇는 검사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검사도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자기 생각만 갖고 조직을 폄하하고, 선배 검사들을 욕하면 안 된다.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나도 첫 출입처가 검찰이라 친정처럼 생각한다. 애정도 많지만, 나 역시 비판을 많이 해 왔다. 비판을 하려면 합리적이어야 한다. 임 부장의 여 검사장 저격은 적절치 않다. 미리 수사 결과를 예단하는 것도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이다. 지금 수사 결과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물증을 갖고 수사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학의 전 차관을 기소할지, 안 할지는 아직 모른다. 수사 결과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할 터. 차분히 기다리는 게 순서다.

임 부장에게 부탁하고 싶다. 검찰 조직을 비판할 수 있다. 잘못이 있는데 눈감고 있는 것도 비겁하다. 그 점에서 임 부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격식을 갖추기 바란다. 감정이 섞이면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친정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충고한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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