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도 부산에 첫 뇌사자의 귀한 열매
항도 부산에 첫 뇌사자의 귀한 열매
  • 강치영
  • 승인 2019.03.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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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영 박사의 생명나눔 이야기(4)
강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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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신문 칼럼=강치영] 1992129일 오후 11시 경에, 부산시 서구 대신동 서여고앞 육교에서 추락하여 동아대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김정홍 씨(25.경남 진주시)의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가족들의 연락을 받고, 급히 차를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김씨가 의료진으로 부터 뇌사 판정을 받자, 가족들은 평소에도 남을 돕기를 즐겨하고 한평생 봉사하며 살고자 했던 김씨의 뜻에 따라 그의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대학병원을 통하여 장기를 이식받을 사람을 물색하였고 그 결과,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김씨의 형 정석 씨 (29. 경남 진주시) 와 혈액정화기에 매달려 시한부 생 을 이어가고 있는 또다른, 휘귀 난치성 환자인 김진성(39. 해운대구 반여3)씨등 남성에게 신장 이식을 주선 할수 있었다.

수술은 1210일 오후에 진행 될 예정이었고 동아대학교 병원의 윤진한, 권헌영 교수팀이 집도하기로 하였다.

그런데..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이번 수술의 내용을 전해들은 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과에서 수술을 중단하라고 하는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까지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는 법률이 없고, 따라서 지금 수술을 진행하여 신장을 척출하는 것은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 그렇게 장기를 적출하면 장기 밀매의 혐의까지 피할수 없다며 이번 수술을 취소하라고 하였다. 정말 답답하고 어이가 없었다.

나는, 가족의 동의를 구하였고, 지금 신장이식이 필요한 두 사람이 투병하는 병실에서 애타게 수술을 기다리고 있노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경찰 공무원은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큰소리가 나는 험악한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 겁니까점잖은 양반들이 말을하면 들어야지 사람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그만 두세요, 자꾸 이러시면 정식으로 수사를 할수밖에 없어요"

담당 형사들은 수술을 강행할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해서 살인죄로 구속하겠 다고 엄포를 놓았다.

"구속 시키려면 시키시오, 수술은 무조건 강행하겠소"

여기서 물러나면 부산에서의 첫 뇌사자의 장기 이식은 물거품이 되고 무엇보다, 물한모금 제재로 먹지 못하고 죽음의 고통에서 신장을 이식받아, 정상인으로서 삶을 기대하며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와 그가족의 절망과 고통은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수술을 강행 하겠다고 하자 형사들은 나와 권헌영 교수를 검찰에 인계하고 가버렸다. 검찰에서도 피차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찰 역시 이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뇌사 상태에서의 장기기증에 관하여 정확한 법률적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도 생명의 구제와 현행 법 집행이라는 양면의 날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것이다.

더구나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위해 배를 갈랐던 담당의사가 살인죄로 기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신념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가지고 검사를 설득하면서 "의학적으로 사망의 기준인 뇌사 판정을 받고 난 후 어차피 다시 살아날 확률이 전혀없고, 그가족이 장기를 기증하는데 동의를 한다면, 그신체의 일부를 병마로 고통받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주는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이 되겠습니까? 또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외면 하는것이 과연 법적인 양심입니까?" 나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자 담당검사의 결론은 이러했다.

"돌아가세요"

아직 수술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죄목을 씌워 구속 영장을 신청할수는 없지만 현행 법률상, 인정하지 않고있는 뇌사 상태의 사망 인정에 대하여 지금 당장 이자리에서 결정 할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쉽게 말해 수술을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권교수와 나는 허탈한 마음을 안고 검찰청 문을 나섰고, 그때 시간이 11일 새벽 130분 경 이었다. 고생하셨어요. 권교수님 들어가세요.

헤어지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차마 권 교수께 수술을 강행하라는 말씀을 드릴수가 없었다. 하지만 권교수는 주임교수인 윤진한 교수와 통화를 나눈후 나에게 전화를 연결해 주었다. 윤교수는 나에게 내일 아침 730분 수술을 강행 하겠다는 것이다.

"예~ 교수님 좋습니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립시다."

집에와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를 않았다.

내일 과연 수술을 할수있을까?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칠까? 만약에 수술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식을 기다리시는 환자와 가족에게는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이생각, 저생각 하며 밤을 꼬박 세웠다.

6시에 동아대 병원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길에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들에게 실정법 위반으로 불이익이 돌아 올수도 있고 귀찮게 생각해 포기 할수도 있는 이번 수술을 강행하며 죽어가는 두사람의 생명을 함께, 살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담대해졌다.

동아대학교 의과 대학 병원 비뇨기과 윤진한, 권헌영 교수팀은 7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한강 이남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뇌사자 신장 동시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쳣다.

이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필자에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특히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분들은 지금처럼 장기기증이 활성화될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신 일등 공신이라할수 있다.

특히 동아대의대 윤진한 부총장 노세현 학장, 고신대 복음병원 김재도 의료원장, 인제대 부산 백병원 조광현 원장등은 지금까지도 필자와 인연을 맺고 장기기증 운동에 참여하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다.

이들이 보여 주었던 의학자로써의 용기와 헌신, 그리고 수많은 실험과 이식 수술을 향한 열정이 국내 의학발전과 함께, 부산지역에도 뇌사자 장기기증과 장기이식 수술의 큰 비전을 가져왔다.

어찌되었건 이제 우리 부산에서도 생소하기만 했던 장기기증의 열매들이 탐스럽게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 강치영 행정학 박사, 사단법인 한국장기기증 협회장

강치영은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행정학을 배웠다. 지금까지 339명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렸고, 국내 의학발전을 위해 103구의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 국민 서로간의 화합 및 국민건강 증진, 화상환자를 위한 조직기증과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골수기증, 및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의 외길을 걷고있어며, 저서로 *다시사는 세상,함께 나누는 생명*  장기기증과 거버넌스등 과 장기기증의 활성하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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