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막판에 결렬, 김정은도 타결 클 듯

[오풍연 칼럼=광교신문]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남한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낮게 보았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에 대해 우리와 미국의 보는 눈이 너무 다르다. 우리는 낙관적으로 보려는 측면이 있고, 미국은 그 반대다. 우리가 반성할 부분도 있다. 28일 발표된 청와대 국가안보실 1·2차장 교체 인사가 그렇다. 북미 관계가 순조로워질 것에 대비해 인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작년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때부터 지적한 게 있다. 트럼프의 김정은 길들이기가 시작됐다고. 이번 정상회담의 열쇠도 트럼프가 쥐고 있다고 평가를 한 바 있다.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다. 외교는 현실이다. 힘 있는 쪽이 주도권을 쥐기 마련이다. 남한 역시 미국을, 트럼프를 몰랐다고 할 수 있다. 막연한 기대는 이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북한의 타격도 클 것 같다. 북한 외교가 남쪽보다 나은 점은 인정한다. 그래도 미국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김정은은 아직 어리다. 큰 국제무대에 갓 데뷔한 초짜이기도 하다. 노련한 트럼프를 이기기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이 담판은 기울어진 추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북한의 혼란도 예상된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을 때부터, 또 트럼프 대통령과 27일 저녁 만찬하는 소식까지 상당히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주민들에게 전했다. 자신감이 있었다는 뜻이다. 대북제재 완화를 절실히 원했던 북한으로서는 회담 분위기를 띄워 협상의 동력을 살려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복병을 만났다. 거대한 트럼프였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동정에 대해 하루 시차를 두고 관영 매체들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보도했다. 예전에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거나, 며칠 뒤 보도를 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과 '핵 담판'을 벌이고 있던 28일 오후에도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의 전날 단독 회담과 만찬 소식 등을 집중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28일 오후까지도 “현지 시각 2월 27일 18시 30분 북미 두 나라 최고 수뇌분들의 역사적인 두 번째 상봉과 단독회담, 만찬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2차 회담 관련 소식을 북한 전역에 내보냄으로써 김 위원장의 향후 외교 성과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김정은의 뒤통수를 쳤다. “북한은 완전한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라고 결렬 이유를 설명했다. 협상에서 큰 성과를 얻어내야 하는 김정은 입장에선 트럼프에게 되치기를 당한 꼴이다. 북한의 최고 영도자는 무오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실수한 것과 다름 없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에게 이를 어떤 형식으로 설명할지도 궁금하다. 트럼프를 원망할까.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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