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희의 다이알로그

최순희
최순희

[광교신문 칼럼=최순희] 잠에서 깨면 외치는 첫 마디가 있다. “베네딕토 도미노~ “ 나름 감사의 기도이다. 오늘 하루를 나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일로 맡기고는 미리 감사한다고 선제, 셀프감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 

보통 잠에서 깬 다음에 하는 일은 사실, 기도에 앞서 머리 맡에 밤새 충전 중인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일이 먼저일 때가 많다. 시간을  재빠르게 확인 한 후엔 얼마 만큼 더 침대 위에서 게으림을 부리고 일어나야 할지를 가늠한다. 

오늘은 페북 절친이 설 연휴 동안을 알차게 보냈다는 포스팅이 제일 먼저 올라 온다. 부러운 자랑이다. 무엇을 했길래? 하는 호기심이 일어난다. 비교적 다른 이의 자랑질에 무감한 편인데도 말이다. 기실 sns의 효용은 오늘 이 아침 나를 부럽게 하는 것과 같은 셀프 자랑질이다. 귀여운 자뻑의 공간이다. 

sns는 포스팅을 보면서 질투가 난다던지 시기의 마음이 일렁이기 보다는 아, 재밌다. 이건 배울만 하네! 음..이건 나도 해보면 좋겠다, 등등 다른 이의 색다른 즐거움을 따라 해보기도 하는 재미의 공간이다. 그러다 때로 내 얘기를 적어보거나 마음이 동하면 낯선이에게  말도 걸어보는 소통 창구다. 그런 내게 어떤 멋진 여행과 맛난 음식 사진, 기가막힌 독서. 후기 보다도 연휴를 가장 보람있게 보냈다는 한 문장이 오늘 내게 꽂힌 최고의 자랑질이다. 

이번 연휴 기간, 내게는 어디에 매이지 않고 시간을 써야 할 일이 집안 일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안의 모든 일이 나를 옭죄어 오던 중이었다. 그 옭죄임은 가령 이런 일이다. 밥, 청소, 집안의 대소사. 철들고 보니 그 분이 하신 일은 매사가 감사할 일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감사! 매일의 식사를 준비하며 돌아가신 그 분께 감사했고, 그 분이 주변 사람을 통해 나와의 관계 안에서 이어주던 따뜻한 정에 감사했다. 이젠 그 시간도 꽤 오래되어 그 일을 내가 메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무엇보다 이 맘 때면 자고 일어나면 뽀송했던 침구의 기억, 명절이면 특별했던 식혜와 이북 만두가 그리웠다. 당연하게 무상으로 주어지던 그 정갈함과 편안함은 그 분의 노고에서 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질서정연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은수저부터 닦았다. 이불 빨래도 했다. 떡과 고기, 과자와 같은 명절 선물을 사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조상 섬김도 내 나름 내 방식으로 올려 드렸다.

아, 그럼에도 이 연휴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니! 페북 절친처럼 최고의 연휴를 보냈다, 하고 자랑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훙내만 내며 사는 인생이다. 그러니 셀프 칭찬을 좀 해야겠다. 애썼다. 아마도 하늘에서 보면 너 참, 애쓰고 산다. 하실만큼 잘했다고. 

 

최순희

-배재대학교 교수

-대전충남 민주언론실천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전) 대전MBC R/TV프로듀서, TV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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