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혀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손석희가 설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마음이 편치 않을 게다.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연휴 이후에도 방송을 계속 할 것 같다. 그만 두겠다는 얘기는 없다. 그동안 손석희와 관련해 여러 개의 칼럼을 썼다. 둘이 먼저 화해하라고도 했고, 사퇴도 촉구했고, JTBC 기자들에게 단체 행동을 할 것도 주문했다.

내가 그만두라고 그만 둘 사람도 아니다. 시간을 끌 듯하다. 그럼 JTBC는 어떻게 될까. 시청자들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시청률이 확 떨어질 수 있다. 떨어지기는 쉽지만, 올리기 어려운 게 시청률이다. JTBC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 사장인 손석희가 있다. 연휴 동안 무슨 생각을 할까.

손석희 사건을 보면서 공인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돌아본다. 더군다나 손석희는 불의나 사회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최순실 사건도 가장 먼저 보도했고,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된 인터뷰도 맨 처음 했다. 그 공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손석희는 10년 이상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혀 왔다. 누구도 그를 넘을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에게 더 엄격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그런 환상이 무너졌다고 할까. 많은 시청자와 국민이 그의 태도에 실망했다. 손석희답지 못했다는 뜻이다. 처음 사건이 터진 날 바로 고개를 숙였더라면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기회를 놓친 셈이다. 손석희의 판단이 흐려졌다고 할까.

사람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김웅이 공개한 녹취록을 들어보면 손석희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더 심한 구석도 있다. 손석희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과 다른 공인이어서 그렇다. 일반인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손석희 사건은 너무 많이 진행됐다. 이제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나도 칼럼을 쓰고 있다. 공인 의식을 되새긴다. 남을 비판하기에 나부터 언행일치를 신경 쓰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최소한 노력을 하면 나아진다. 정직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손석희 사건에서 보듯 공인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런 만큼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손석희는 연휴가 끝난 뒤 7일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 최소한 앵커 직은 내려놓는 게 맞을 것 같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손석희한테 무슨 감정이 있느냐”고. 없다. 내 눈높이에서 그를 비판하는 것이다. 손석희 또한 언론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 다음 판단은 그의 몫이다.

공인은 무엇보다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 손석희한테서 그것을 보지 못한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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