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시와 삶 (14)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삶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삶은 / 고성현

 

삶은 그리움,

그리움 때문에 살고

그리워하려고 산다.

 

삶은 기다림,

기다림 때문에 살고

기다리기 위해 산다.

 

삶은 새로움,

새로움 때문에 살고

새로워지려고 산다.

 

삶은 즐거움,

즐겁기 때문에 살고

즐거워하려고 한다.

 

행복한 일상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되고,

행복한 인생이 모여

행복한 세상이 된다.

 

한 사람의 행복은

온 세상 행복의 씨앗,

한 사람의 행복은

온 세상 행복의 씨앗.

 

시의 제재와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삶과 모든 사물, 모든 상황과 모든 사실이 시의 제재가 되고 주제가 된다. 시인은 그 모든 것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크게 감동하고 깊이 묵상하며 가장 아름답고 적확한 시어로 노래한다. 무한한 시의 주제들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삶이다. 사물이나 상황이나 사실을 제재로 삼은 시들도 가장 많은 주제는 사람의 삶으로 귀결된다.

이 세상에 살다 간 사람들의 삶,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인종과 국적이 다르고 언어와 생활양식이 다르고 사상과 신념이 다르다. 하지만 모든 삶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러기에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보장 받아야 하고, 누구나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의미를 찾아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시인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다. 특별히 작고 하찮아 보이는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모두가 함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김선태의 <아주 작은 집>은 바닷가의 작은 생물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우리 주위에 함께 살아가는 작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웃들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을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게 한다. 이동진의 <>은 서로 사랑하며 기쁘게 살아갈 것은 쉬운 말로 힘차게 노래하고 있다. 지하철 시로 유명해진 성태진의 <>도 알뜰살뜰 사랑하며 살아가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아주 작은 집 / 김선태

 

바닷가에 사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아시나요

그들이 사는 아주아주 작은 집을 눈여겨 본 적 있나요.

 

날마다 갯벌 위에 길을 내며 엎어져 있는 갯고둥의 집

소라나 고둥의 빈집에 세 들어 사는 소라게의 집

평생을 갯바위에 붙어사는 따개비, 석화, 홍합의 집

뻘밭에 구멍을 내고 사는 짱뚱어, 갯지렁이의 집……

 

비록 하찮고 보잘것없지만

무심코 발로 밟기만 해도 깨지고 망가져버리겠지만

그들의 집이 있어 변방의 바닷가는 쓸쓸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집이 있어 변방의 바닷가는 살아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일생이 있고 세계가 있습니다

그들의 집에도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집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집은 너무 크지 않나요

우리가 가진 것 또한 너무 많지 않나요.

 

바닷가에 사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아시나요

그들의 이름을 다정한 친구처럼 불러본 적이 있나요.

 

/ 이동진

 

우리는

이렇게 기쁘게 살아야 한다.

 

눈빛이 마주치면

푸른 별빛이 되고

 

손을 맞잡으면

따뜻한 손난로가 되고

 

두 팔을 힘주어 껴안으면

뜨겁게 감동하는

우리는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

살아야 한다.

 

얼마나 길게 살 것이라고

잠시나마 눈을 흘기며 살 수 있나.

 

얼마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아픈 것을 건드리며 살거나.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한다.

 

나 때문에 당신이

당신 때문에 내가

사랑을 회복하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

 

/ 성태진

 

긴 세월 기다리며

한 가닥 소망 가슴에 안고

함께 엉켜 살아가는 것

 

지난 여정 반주하며

새록새록 꿈꾸면서

알뜰살뜰 살아가는 것

 

나눔의 온정 꽃피우며

지구촌 공동체 속에서

옹기종기 힘 모아 살아가는 것

 

 

■ 프로필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83년부터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을 역임하고 현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장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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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