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포인트
통증 포인트
  • 최순희
  • 승인 2019.01.2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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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희의 다이알로그
최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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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신문 칼럼=최순희] 우리는 경험이라는 체에 걸러지는 것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체험을 통해 진입로를 알고 있지 못하면 그것을 들을 귀도 없다는 니체의 말은 평생 새롭고 고통스런 경험을 마주할 때 마다 떠오는 경구이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현상이 존재한다. 나의 고통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마다 그들 혹은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들에게 혹시 나와는 다른 의미의 통증 지점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곤 한다.

나는 등 전체의 통증으로 꽤 오래 고생했다. 지금도 그 통증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랫동안 통증으로 인해 밤에도 토끼잠을 잤다. 뒷목부터 허리까지 차가운 대리석판 하나를 등에 지고 사는 것만큼 등 전체가 아팠다. 우리 몸엔 통증 포인트라는 트리거가 있는데, 등 전체가 통증 포인트로 덥힌 상태가 된 것이다. 등짐을 지는 육체노동자의 통증 강도라고나 할까. 밖으로 나타나지 않으니 , 여기 아파라고 말을 한다 해도 공감하기 어려운 억울한 병이 근막의 통증이다.

협업을 해야 하는 방송 현장에서, 낮 시간에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게스트에게는 호소할 수 없는 혼자 만 아는 병의 가장 큰 원인은 밤이 늦은 시간 까지 앉아서 편집을 하는 나쁜 자세 때문이었다. 게다가 운동 부족까지 겹치니 혈액순환이 잘 될 리 없었다. 급한 대로 시간만 나면 한의원에 달려가서 침을 맞고 부황을 뜨고 다시 일터로 와서 야간 편집 작업을 이어갔다. 침을 맞고 근육을 이완하는 건 임시방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집 가까이 있는 산을 1시간 정도 걷고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근육에 달라붙어 있는 통증 포인트를 다스리기에는 부족했던 지, 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 상황이 벌어지면 복병처럼 통증이 올라오곤 했다. 그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투자한 것이 아까울 만큼 아프고 무력해졌다.

논문을 써야 하는 시기엔 책상에 앉는 것도 두려울 지경이 되었다. 아침이 되어도 도통 일어나 앉을 수가 없고 오전이 다가도록 글 한 줄을 쓸 수가 없어 자존감마저 땅에 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우울증 초기 증세가 아니었나 싶다. 더 큰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통증크리닉을 찾아 갔다. 물리치료는 한의원과 대동소이했다. 많이 달랐던 것은 약을 한주먹 쯤 받아오는 일인데, 약을 먹는 일이 통증을 견디는 일 만큼 어려웠다. 다시 운동 요법으로 다스리기를 결심하고 전신을 찢는 스트레칭을 하는 신전운동으로 통증 관리를 해 온 기간이 5년이 지났다. 아직도 통증이 때때로 찾아오지만, 통증 포인트라는 트리거 지점을 찾아 풀어내고 다스리면서 일상적으로 찾아오는 근막 통증으로 부터 서서히 탈출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이런 통증 하나쯤은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도 생겼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픔으로 오는 자신만의 통증을 견디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통증이 사라지진 않지만 말이다.

나는 요즘 또 다른 통증이 생겼다. 이제는 온 국민이 알게 된 심석희 선수의 남모르는 아픔이 나에게 반응점으로 나타나며 아프게 찌른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심 선수, 긴 시간 혼자 아팠을 그녀에 대한 기사내용 한줄 한 줄이 내게 통증 포인트가 되어 전해 온다. 정해진 시간까지 일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과 나쁜 편집자세가 내게 근육막 통증으로 나타났다면, 어린 심선수가 앓아야 했던 병의 원인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집단최면에 걸린 대한민국 집단히스테리가 만들어 낸 나쁜 시스템이다.

심석희 선수는 세계 1위의 기록을 내고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TV 중계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일희일비에 휘둘리지 않는 멘탈 강한 국가대표의 모습이려니 했다. 기쁨의 순간에도 유난히 표정이 없던 심 선수의 모습이 이제야 이해가 되고 더욱 가슴이 아프다,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국가대표 선수양성의 시스템 아래 얼마나 더 많은 어린 젊은이들이 희생 되어야 이 더러운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참고 참다가 아프다고 외칠 때 내는 급처방으로 대응하지 말고 통증 포인트를 찾아 이를 하나씩 제거하는 일, 시스템을 바꾸는 지난하지만 확실한 치료책을 요구한다. 이제는 참지 말아야 한다. 심선수도 우리 사회도.

 

최순희

-배재대학교 교수

-대전충남 민주언론실천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전) 대전MBC R/TV프로듀서, TV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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