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효 칼럼_나는 산으로 출근한다

윤창효
윤창효

[광교신문 칼럼=윤창효산마늘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 잎이 넓고 비교적 부드러운 울릉도 종 과 잎이 좁고 향이 비교적 강한 오대산 종이 있다. 식감이 부드럽고 잎이 큰 울릉도 종을 심어보기로 했다. 울릉도에서만 자연 재배되던 것이 이제는 육지로 퍼져나와 육지에서 재배가 많이 되고 있고, 오히려 울릉도에서는 수량이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재배 면적이 많지 않은 반면에 채취를 많이 해온 결과라고 한다. 현재 울릉도에서 산 마늘 모종 반출은 불법이다.

옛날에는 산 마늘잎 한 장당 5,000원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약용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워낙 값이 나가기 때문에 울릉도에서는 이른봄에 경쟁적으로 채취하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고도 많았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값비싼 요정에서나 맛을 보았다는 선배들 얘기다. 그것도 마담이 생색을 내며, 명이 나물에 고기 한점을 싸서 사장님, ~ ~~” 하면서, 목숨을 걸고 따온 것이라고 능청을 부렸다고 한다. 지금도 높은 산에서 채취한 친환경 명이 나물은 1Kg3만원 정도 하니 꽤 비싼 나물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국산이 가공되어 수입이 많이 되기도 한다.

드디어 5년산 울릉종 산마늘 모종 1,000주를 강원도에서 매입 했다. 지난 40년 동안 돌보지 않은 산은 수고가 20미터가 넘는 낙엽송 아래 여러가지 잡목들이 우거져 있다. 이제 늦가을이라 숲으로 진입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100미터 정도 올라가면 비교적 경사도가 완만한 지역이 나온다. 길이 없으니 산 마늘 박스를 지게에 싫고 막걸리 한통을 들고 걸어서 약 100미터를 올라갔다. 요령이 없으니 헉헉거리고 힘만 든다.

일단 지게를 내리고 잡목들을 낫으로 쳐내고 나뭇가지와 돌을 치웠다. 100평 정도는 정리를 한 것 같다. 정성스레 막걸리를 붓고 큰 낙엽송 아래 두고 산신제를 지냈다. “태어나 처음으로 산에 작물을 심어 봅니다. 잘 보살펴 주세요”. 고수레를 하고 나도 한잔했다. 그야말로 땅심은 좋다. 사람의 흔적이 없었고 지난 40년 동안 낙엽, , 나무가지들이 쌓여 썩었다. ‘부엽토라 부른다. 그 층이 40 센티미터는 족히 된다. 일년에 1센티미터 정도는 쌓이는가 보다.

흙 냄새가 산삼 냄새 같다. 건강한 미생물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흙이 부드러우니 땅을 파고 모종을 심기에는 손 쉽다. 아내와 같이 1,000주를 심으니 4시간 정도는 작업을 한 것 같다. 배운 대로 하긴 했지만 제대로 심은지도 모르겠다. 가져간 빨간 줄로 영역을 표시 했다. 혹시 약초꾼들이라도 지나가면 재배용으로 심었다는 표시를 위해서 했다.

전문가들이 보면 소꿉장난이겠지만, 생전 처음으로 재배를 위한 작물도 심었으니 나름 새로운 도전 이다. 아무도 없는 해발 700미터 산속에서 아내와 둘이 작업을 하니 산꾼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4시간 정도 작업이 초보자에게는 쉬운 것이 아니다. 허리, , 다리 다 아프지만 매우 기분이 좋다. 공기 좋은 산속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피부도 좋아진 것 같고, 몸이 오히려 가뿐해진 느낌이다. 도시 생활에 몸과 마음이 찌든 때가 벗겨 지는 듯한 기분이다.

산에서 내려와 시원한 개울에 손을 닦고 읍내로 목욕을 하러 갔다. 스쳐지나가는 모든 풍광이 그렇게 싱그럽고 아름 다울 수가 없다. 내년 봄에 펼쳐질 그림이 매우 기다려 진다.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30년을 종사 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임야를 가꾸고 임산물을 재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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