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효 칼럼_나는 산으로 출근한다
[광교신문 칼럼=윤창효] 한국산림아카데미에서 4개월 교육 과정인 ‘산야초 전문가 과정’을 수강했다. 산에서 자라는 임산물은 약 200여 가지가 된다. 현재 30여 가지가 많이 재배되고 있다. 교육을 받을 땐 모든 작물을 재배해 보고 싶고, 모두가 성공할 것 같다. 멋진 성공 사례만 배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여려가지 고려해야 할 여건이 많다. 프로 산꾼들도 장담을 못 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산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자세히 지켜봐야 한다. 여하튼 초점은 ‘완전 초보 산꾼’에게 맞는 작물을 찾는 것이다.
교육을 받는 동안 항상 같은 질문을 모든 강사에게 했다. 그것은 “게으른 초보자가 할 수 있고 실패 확률이 낮은 임산물은 무엇 입니까 ?” 확실하게 한 품목을 꼬집어주는 강사는 단 한사람이 있었다. 농촌 진흥청 특수작물과에 근무 하는 김원배 박사 였다. 전문가로서 수십 가지의 작물 중 한가지 작물을 꼬집어 추천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작물이 바로 ‘산 마늘’ 명이나물 이다. 현재 나의 주 작물이고, ‘반려 작물’이기도 하다. 공식 명칭은 ‘산 마늘 Mountain Garlic’ 이다.
‘명이나물’이라고 부르게 된 연유는 울릉도 개척 당시 나쁜 일기 때문에 울릉도 개척자들에게 물자 공급이 끊어졌는데 이듬해 봄까지 무사히 생존하였다고 한다. 그 연유를 알아본 결과 이른 봄에 나는 나물을 먹고 연명하였다고 하여 ‘명을 이어 주었다’는 뜻으로 ‘명이나물’ 이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행자나물’ 또는 ‘신선초’라고 부르며 일본의 스님들이 산에서 봄에 제일 먼저 나는 산 마늘을 먹고 기운을 내서 수행했다고 한다. 중국 에서는 ‘각총’이라고 부른다.
재배 작물을 선정할 때는 우선적으로 지역에서 특성화하는 작물을 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그래야 지자체에서 재배 지도 및 여러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컬처 클럽700이 위치한 빼재 지역은 한동안 오미자와 사과를 주로 재배하였지만 최근에는 사과와 산양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사과 재배는 그야말로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그저 ‘따라하기’ 만 하면 된다고들 한다.
산양삼은 최근에 많이 재배하고 있고 거창 지역의 임업후계자를 중심으로 많은 재배를 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초보자 이고 육체적으로 부실한 필자로서는 일손이 덜 가고 재배에 실패 확률이 낮은 것이 우선이다. 지역적 특성이나 부가가치적 측면이나 미래 지향적 측면을 고려할 입장은 못된다. 초보자가 남들을 ‘따라하기’ 하다가는 중도에 지치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마늘은 재배에 가장 쉬운 작물임이 분명하다. 우선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한다. 산마늘은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나온다. 그리고 다른 풀들이 한창 활발 하게 자라는 시기인 7월이면 성장을 마감하고 잎이 저물고 씨를 맺는다. 그래서 예초 작업은 벌초 시기에 한번이면 족하다. 씨는 웬만한 조건에서도 발아를 잘한다. 또한 뿌리는 자체 번식을 하기때문에 포기 나누기를 해서 번식을 하니 일석이조 격이다. 무엇보다도 컬쳐클럽700은 해발700미터에 위치하고 20미터 가량의 낙엽송이 우겨져 있기 때문에 전적지임이 분명하다.
농작물은 유해 동물의 피해가 많다. 멧돼지, 고라니, 두더지 , 들쥐 등 각종 동물들이 피해를 준다. 산마늘은 마늘 냄새 때문에 비교적 동물들로부터 피해가 적어서 굳이 보호 시설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여러가지 재배 환경을 볼 때 초보자에게는 적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산마늘은 두가지로 분류 된다. 울릉종 과 오대산종이 있다. 울릉종은 잎이 넓고, 오대산종은 잎이 비교적 좁고 향이 강한 편이다. 잎이 넓고 부드러운 울릉산종을 첫 재배 작물로 선정했다. 일단 실험적으로 소량을 심어 보기로 한다.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30년을 종사 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임야를 가꾸고 임산물을 재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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