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희의 다이알로그

최순희
최순희

[광교신문 칼럼=최순희] 지난 12월 한 달 동안 계절학기와 봄학기를 준비하는 온라인 강의 촬영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교실에서의 강의와 달리 25분 강의가 1교시에 해당하여 한 강의 당 절대 시간은 반으로 줄어 든다. 그러나 시간이 줄었다고 강의 부담이 적은 건 결코 아니다. 왜 교수님들이 온라인 강의를 촬영하고 앓아 눕는 지를 알게 됐다. 보이지 않는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만들어야 할 PPT 분량도 만만치 않았다. 교실에서는 교수의 동작 하나 하나도 강의 내용과 연결된다. 강의실에서는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피드백을 직접 확인하면서 강의 내용에 대한 설명의 수준을 조율하곤 한다. 그야말로 교실에서는 오감이 메시지이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는 두 개의 창만 존재한다. PPT화면과 교수자 얼굴화면으로 수업을 듣는 상대는 차단이 된 환경이다. 그러니 PPT 화면을 중심으로, 이를 나열식으로 설명을 하게 되어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다. 이게 아닌 데 하는 의문이 계속 괴롭혔다. 학생들을 눈 앞에 두고 아이 콘텍을 하며 소통하던 나의 습관 때문이다. 익숙했던 소통방법이 카메라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소통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된 SNS시대에 살면서도 전통적인 교실 강의와 온라인 강의에서 체감하는 경험의 두께는 사뭇 다르다.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하나의 통로로 인터넷의 효율을 예찬 하기엔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온라인 강의는 전달하는 사람이나 강의를 받는 사람 모두, 상호 간에 존재하는 관습의 경계를 깨는 것으로 부터 출발한다.

소통을 위한 미디어의 출현은 언제나 정보 체계의 기술적 변화가 집약된 형태로 나타났다. 신문이 그랬고 라디오와 TV 는  얼마나 많은 이에게 효율적으로 접근하는가,가 관건이던 대중매체 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미디어 콘텐츠의 방향이 개인을 향해 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인간은 소통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강의실에서는 눈을 반짝이는 학생들에게 너 자신(개인)의 존재가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서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일깨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달하고자 하는 알맹이는 시민사회 안에서 공동체의 일원인 ‘너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란다’ 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것이 허공을 향해 말하는 느낌이다. 나에게 아이 콘텍은 존재와 존재의 확인이다. 스크린은 메시지의 전달방식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감정의 소통까지 전하기엔 부족하다. 

수 많은 미디어 생산 경험을 가진 나에게도 온라인 강의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치로 남았다. 그러나 정작 전해야 할 알맹이는 빠진 채 지식정보에 골몰했던 아쉬움이 남아 그 허허로움을 이렇게 쓰고 있다. 아날로그 삶의 최전선에서 소통에 대해 고민하는 커뮤니케이터의 숙명이다. 

 

최순희

-배재대학교 교수

-대전충남 민주언론실천운동연합 운영위원장

-전) 대전MBC R/TV프로듀서, TV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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